[사설]‘무상급식=의무교육’ 권영세 의원의 해괴한 등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그제 “보편적 (복지) 문제와는 좀 분리해 무상급식 문제는 우리 헌법상 제공하게 돼 있는 의무교육 서비스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과 다르고 법률적으로도 근거가 없는 해괴한 등식이다.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쥘 페리는 1881년 세계 최초로 의무교육을 도입했지만 의무교육의 범주에 급식은 없다. 나중에 학교급식을 했지만 학부모가 돈을 내는 유료였다. 영국도 1891년 의무교육을 실시했지만 급식을 포함시키진 않았다. 영국은 보어전쟁 때 영양 상태가 부실한 신병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1906년 학교급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스웨덴과 핀란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는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4월 급식운영비, 식품비를 학부모에게 부담토록 한 학교급식법이 위헌이라며 고교생 부모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하며 “헌법이 규정한 의무교육의 범위는 수업료 면제”라고 못 박았다.

정부가 고민할 일은 부유층 자녀에게까지 공짜 점심을 줄 것인지가 아니라 의무교육의 범위를 선진국처럼 고등학교로 확대하는 문제다. 한정된 재원이 전면 무상급식으로 들어가면 의무교육 확대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권 의원은 “부자 아이들도 공립학교에 다니면 수업료를 안 내듯이 급식도 그렇다”고 주장했지만 그런 논리라면 교재비, 교복값, 등하교 교통비까지 나라에서 무상으로 대줘야 옳다. 밥을 먹어야 공부를 할 수 있듯이, 교재 교복 교통비도 있어야 학교에 가서 공부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요컨대 수업료와 급식비를 동일선상에 놓고 논리 아닌 논리를 펴는 권 의원이 3선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김신호 대전교육감은 어제 “무상급식 취지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영양결핍으로 두뇌 신체 발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면 무상급식으로 학교시설비 등이 줄면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권 의원이 어떤 의도로 무상급식=의무교육이라고 주장하는지 정치적 의도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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