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화적 핵 이용권 확대, 한국의 주권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5일 03시 00분


현행 한미(韓美)원자력협정은 한국의 평화적인 핵 이용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이다. 1973년 체결돼 2014년 만료를 앞둔 이 협정은 한국이 세계 원자력 5강(强)으로 발전한 오늘의 현실에 부적합하다. 이 협정을 한국의 원전 능력에 걸맞은 수준으로 개정하는 데 미국은 동의해줘야 옳다.

한미 양국은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장애가 생기기 않도록 투트랙 방식의 협상에 합의했다. 이경렬 외교통상부 한미원자력협정 TF 팀장은 “한미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의 일종인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를 2021년 완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와 분리시킨 것이다. 이 팀장은 “새로운 한미원자력협정에 ‘양국이 공동으로 연구한 파이로프로세싱의 결과에 따라 한국이 독자적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는 문구를 넣기로 했다”고 말했다.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가 성공하면 한국은 평화적인 핵연료 주기를 확보할 수도 있게 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을 추출하지 않은 채로 사용후핵연료를 가공해 고속로(高速爐)에 넣고 태움으로써 고준위 폐기물의 양을 5% 이하로 줄이는 획기적인 방식이다. 미국은 1980년대 중반 기술 개발에 도전했으나 기술적 정치적 한계로 1994년 중단했다. 이 연구를 하려면 새로운 원자로인 고속로와 액체금속의 개발이 필요한데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린다. 한미 양국이 파이로프로세싱 개발에 성공하면, 핵무기 확산을 막으면서 고준위 폐기물을 크게 줄이고, 고속로라는 새로운 고(高)에너지원을 확보하게 된다. 양국은 이 고속로를 들고 제3국의 원전 건설에 공동 진출할 수 있다.

한미협정은 최소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허용한 미일원자력협정 수준으로 수정돼야 한다. 이것은 주권(主權) 차원의 문제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지 못하면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만 계속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 한미원자력협정이 한국의 원자력 발전 능력에 걸맞은 수준으로 조속히 개정돼야 한미 동맹도 힘을 더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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