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더지 잡기’식 물가관리 부작용도 걱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정부가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한 대책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어제 당정협의에서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원칙을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등록금 인상 억제 방안, 국토해양부는 소형 및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전월세 대책을 내놓았다. 11일에는 설날 민생종합대책, 13일에는 특별 물가안정종합대책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해 들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들이다.

공공요금 인상을 일단 미루고 나중에 재정 지원을 늘려주는 것은 옛날 방식이다. 당장의 물가 부담은 줄어들지 몰라도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공공 부문이 자체 구조조정으로 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어제 22개 대학 총장에게 “등록금을 지난 2년간 동결하느라 고생했지만 올해도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전형적인 압박 행정이다. 등록금을 동결하는 대학에 주겠다는 인센티브도 세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학들은 과도한 인력 운용 등 대학 내부의 낭비 요소부터 줄여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 당국’을 자임한 것도 통제 방식의 물가 정책으로 후퇴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정부 당국이 값이 뛰는 품목마다 쫓아다니며 ‘두더지 잡기’식으로 감독권과 단속권을 행사하면 물가 안정이 오래갈 수도 없고 후유증을 키우기 쉽다. 정부 관계자는 “가공식품 업계도 민생 경제를 고려해 설날까지 가격 인상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전했지만 일시적으로 인상을 연기한 것에 불과하다.

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5% 성장과 3% 물가’에 매달려 행정력을 과도하게 동원하면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과 금융을 모두 완화한 데다 원화 강세로 해외자금까지 몰려드는 상황이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인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물가 인상까지 억누르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통화정책이나 임대주택 공급대책에는 6개월 또는 1년의 시차를 감안해야 하므로 늦어도 6개월 전부터 물가 안정을 염두에 뒀어야 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어제 강조한 ‘선제적 대응’은 너무 늦게 나왔다.

물가는 경제정책의 종합점수여서 특정 부문의 행정력만으로 관리가 안 된다. 안정적인 재정 통화정책, 경쟁 촉진, 유통 개혁, 교육 개혁, 서비스산업 선진화, 적정한 주택수급 관리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때 물가 안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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