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진곤]무상급식하면 학력격차 줄일 예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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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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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을 때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온 교환교수, 공무원과 회사원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미국 학부형들이 한국인 학생을 받지 말자고 결의했다. 한국 학생은 무상급식을 타 먹으면서 옷도 잘 입고 돈도 잘 쓰고 여행도 잘 다닌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은 점심 값조차 지불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집의 아이를 위한 제도인데 부자이면서도 공짜로 점심을 먹는 얌체 한국인의 자녀를 더는 미국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말자는 주장이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무상급식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오세훈 시장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예산을 통과시켰다.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해야만 가난한 아이의 자존심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상당히 다르다. 현재도 급식비를 포함해 모든 학비는 자동이체서비스(CMS) 방식으로 부모의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아이들은 어떤 친구가 공짜로 점심을 먹으며 누가 돈을 내고 먹는지를 알지 못한다. 또한 교육과 사회복지전산망을 통합하여 동사무소에 신고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면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하기 위해서는 4000억 원이 소요된다. 절반을 서울시가 부담한다 해도 해마다 2000억 원이 필요하다.

학교운영위원을 하면서 학교살림에 참여한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학교가 가난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돈 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모든 아이에게 공짜로 밥을 먹여주면 학교는 더욱 가난해진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지금도 학교시설비나, 영어, 과학, 방과후 수업 등 학생 공부시켜야 할 돈을 삭감해서 무상급식에 쓴다.

날이 갈수록 부잣집 아이와 못 배우고 가난한 집 아이 사이에 학력격차가 벌어진다. 공부를 못하는 가난한 집 아이의 부모 가운데는 아이를 직접 가르칠 수도 없고, 학원에 보낼 수도 없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아이는 학교교사나 보조교사, 특별교사를 채용해 학교에서 가르쳐야만 한다.

무상급식 할 돈을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 다문화가정 아이, 부모가 아닌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라는 조손가정의 아이를 보살펴주고 가르치는 데에 써야 한다. 부모의 사회적 신분이 교육을 통해 대물림되고 더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가 없는 사회가 되면 누구나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 무너진다.

정진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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