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성운]“포사격 사진 못준다”… 軍답지 않은 언론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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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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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20일 오후 연평도 사격훈련 결과를 설명하면서 훈련에 참가한 화기와 발사한 포탄 수에 대해 함구했다. 북한에 한국군의 전력을 노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때문에 언론은 군 관계자의 비공식 전언 등을 토대로 제각각 보도해야 했다.

군은 사격훈련 모습이 담긴 사진도 제공하지 않았다. 이유는 “북한군이 도발하지 않아서…”였다. 앞서 20일 오전에는 기자들의 국방부 브리핑룸 출입을 언론사당 2명으로 제한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대형 이슈의 취재를 위해 국방부에 도착한 기자들은 국방부 정문 앞에서 몇 시간씩 발이 묶였다. 국방부는 언론사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결국 기자 수 통제를 철회했다. 취재기자 수 통제는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도발 사건 때도 없었던 조치다.

중요한 군사기밀은 마땅히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20일 군이 공개할 수 없다고 고집한 내용들이 과연 국민의 알 권리에 앞서는 군사기밀이었을지 의문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불과 하루 뒤에 열린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공개회의에서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군이 항상 언론을 멀리하는 건 아니다. 군은 북한군의 포격에 맞서 싸운 연평부대 장병들의 수기를 지난주 자진해서 언론에 제공했다. 그것도 채 완성되지 않은 초고였다. 피격 현장 사진들도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일부 장병의 인터뷰도 허용했다. 천안함 사건 때는 장병들의 언론 접촉과 노출을 철저히 막았던 군이 연평부대원들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이처럼 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공개하고 불리한 정보를 감춘다면 당장은 군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러한 노림수는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군에 돌아오게 된다.

군은 천안함 사건 때 초기부터 자꾸 숨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 탓에 온갖 루머와 의혹의 확산에 일조했던 기억을 벌써 까맣게 잊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벌써 시중에는 “군이 포탄 수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K-9 자주포를 불과 4발밖에 발사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훈련을 했기 때문 아니냐”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 K-9 자주포의 훈련 참여가 제한적이었던 것은 지난달 훈련 때 이미 할당된 사격량을 채웠기 때문이라는 ‘진실’이 루머에 휘둘리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후 “억울하다”고 토로하는 군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 ‘억울함’에 공감한다. 그렇기에 군은 보다 투명한 모습을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추면 감출수록 오해와 의혹만 늘어날 뿐이다.

유성운 정치부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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