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수노조 혼란 최소화에 勞使지혜 모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내년 7월 1일 시행될 복수노조 제도에 기업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설문조사 결과 230개 응답 기업 가운데 75%는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보다 불안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가장 큰 이유로 ‘복수노조 허용’을 꼽았다. 복수노조 제도는 한 사업장에서 여러 노조의 결성을 허용해 근로자에게 단결 선택권을 주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하나다. 국내에서는 1997년 법제화되고도 시행이 보류돼 오다 지난해 말 노사정(勞使政) 협상에 이어 국회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함께 도입을 확정했다.

복수노조 제도가 실시되면 현재 노조가 결성돼 있는 기업 가운데 30∼50%에서 복수노조가 설립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생산직 중심의 노조활동에 불만을 가졌던 사무직 연구직 근로자들이 따로 노조를 결성하고 기간제 또는 파견직 근로자들도 복수노조 설립에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발생하거나 노노(勞勞) 간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노조가 없거나 극소수의 노사화합형 노조원만 있는 삼성과 포스코 등이 복수노조 설립 회오리에 휩싸일 수도 있다.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이들 회사에 복수노조를 설립하겠다고 전부터 공언해 왔다.

하지만 복수노조가 노사관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 측에 우호적인 노조가 새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고 실리주의적 노동운동이 득세해 쟁의행위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노동운동이 활동가 중심에서 현장 조합원 중심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다양한 양상이 함께 나타나는 만큼 과도기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기업과 노조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복수노조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4∼5년, 적게 잡아도 2∼3년은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업이 복수노조 설립에 따른 혼란에 빠지면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우려도 없지 않다. 정부는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 등 시행 지침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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