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軍과 안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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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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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얼마나 후회스러웠으면 이랬을지 짐작은 간다. “지금이라도 전쟁이,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무엇으로라도 입대해 같이 싸울 거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그제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연평도에 군복을 입고 갔던데 안 어울린다는 말이 있다”는 뼈 있는 지적에 “군 법무관으로 입대했고 훈련받던 중 지병이 악화돼 퇴교당했다”는 말로 병역 기피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그러고도 부족하다 싶었는지 “형님이 육사를 졸업했고 아들 둘도 다 군대를 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다음 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기다렸다는 듯 포문을 열었다. “영장 나왔을 때 군대에 가야지 늙어서 ‘이제 군대 가겠다’니.”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트위터를 날렸다. “집권당 대표가 할 일은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만드는 겁니다.” 천안함 사태 직후 안 대표와 갈등을 빚던 명진 당시 봉은사 주지는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군대 갔다 와라. 갔다 와서 나를 좌파, 급좌파, 빨갱이라고 하면 다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안 대표의 병역 자료를 보면 기피 의혹이 없지 않다. 1987년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때 쇼크사로 조작하려는 경찰 음모를 막아낸 강직한 이미지마저 구겨질 정도다. 어제는 연평도를 방문한 안 대표가 포격당한 민가에서 나온 보온병을 포탄으로 오인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현 정부 역시 군 개혁을 강조할 때마다 대통령-총리-여당 대표의 ‘군 미필(未畢) 디스카운트’에 유형무형의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젊은 날의 아픈 실수나 가난, 질병, 혹은 설명하기 힘든 운명 때문에 뒤늦게 가슴 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랴.

▷2006년 초 한나라당은 가나안농군학교에서 군 생활 못지않게 호된 수련회를 가졌다.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정권을 되찾지 못하면 ‘3진 아웃’이 예상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안 대표는 그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는 이유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정신 개척!”이라고 외치는 벌을 받았다. 병역 의무를 다하지 못해 두고두고 면구스러워하는 정부 여당의 미필자들은 2006년 같은 속죄 의식으로 ‘국민 사면’을 얻어내야 할 듯싶다. 연평도 해병대에 자원 근무를 해보면 어떨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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