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6자회담으로 北연평도 도발 물타기 할 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9일 03시 00분


중국이 어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빚어진 긴박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제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한 직후 ‘중대 발표’를 예고해 관심을 집중시킨 뒤 6자회담 카드를 흔들었다. 이 대통령이 지금은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중국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북의 연평도 도발은 별개 사안이다. 중국이 6자회담을 재개할 의지가 있다면 북이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공개한 이달 초 협의를 제의했어야 옳다. 6자회담이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것은 북한 때문이다. 북한이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감행한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핵 포기 의사를 행동으로 보이면 6자회담은 당장이라도 재개할 수 있다.

중국은 북의 연평도 도발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특사자격으로 방한한 다이 국무위원은 이 대통령에게 “남북한 평화를 위해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례적 발언을 했다. 그는 북이 저지른 도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비판하지 않았다. 중국이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까지 공격한 북한을 비호하기 위해 6자회담 카드로 물 타기에 나섰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다이 국무위원에게 “중국이 공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7일(현지 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이 준수해야 할 국제적 규범을 세울 것임을 북한 측에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도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자들은 분명히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중에서 유독 중국만 북한을 편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북의 무력도발과 핵개발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북은 거듭 동북아의 안정을 흔들어놓을 것이다. 중국이 북의 도발을 두둔하는 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중국의 안정과 국익에도 해가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지도부는 김정일이 천안함 폭침사건 직후인 5월 방중(訪中)했을 때 북한의 도발을 모른 척했다. 김정일은 중국이 버팀목이 돼 줄 것으로 판단하고 연평도 도발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공격을 한 북한과 피해를 본 남한을 동일선상에 놓고 냉정과 자제를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칼에 찔려 피를 철철 흘리는 사람한테 강도범과 무조건 화해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세계는 지금 중국을 지켜보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