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지방공항, 정치논리보다 교통수요가 먼저다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가격만 비싼 비행기를 왜 타요?”

KTX로 서울로 올라온 한 울산시민의 말이다. 이달 1일 KTX 2단계(대구∼부산) 개통 이후 울산과 포항 지역 주민들의 교통이용 패턴이 바뀌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KTX 2단계 개통 이후 3주간 김포∼울산 항공이용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9% 줄었다. 김포∼포항 항공이용객도 9.6% 감소했다.

요즘 이 지역 주민들은 김포∼울산, 김포∼포항 항공기 요금이 KTX에 비해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고 있다. 실제 김포∼울산의 경우 KTX는 주말 요금(편도)이 4만9500원이지만 항공은 8만1500원이다. 김포∼김해 노선만 이례적으로 이용객이 3.1% 늘었다. 서울지하철 9호선 개통과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의 요금 20% 할인 등 외부 요인 때문이다. 다음 달 15일 경전선 복선전철화사업이 완공돼 창원 등에도 KTX가 운행되면 김포∼김해 항공이용객도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이용객 감소는 비단 울산공항과 포항공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주공항과 무안공항도 조만간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11일 발표한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따르면 2014년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의 항공이용객은 3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지방공항은 점차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14개 지방공항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김포, 제주, 김해공항 등 3곳뿐이다. 나머지 11개 공항은 모두 적자 상태다. 최근 5년간(2005∼2009년) 지방공항 적자는 2121억9400만 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현재 영남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이 치열하다. 부산은 부산 가덕도가, 대구 울산 경북 경남은 경남 밀양이 최적지라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될까. 전문가들은 “지방공항 건설이 다른 교통수단과의 상관관계와 이용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수요 예측을 하기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추진된 탓”이라고 지적한다. 지역민이나 정치인들이 ‘지방 공항은 지역 자산’이라는 허울만 좋은 명분을 내세워 공항을 건설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착륙한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텅 빈 활주로, 먼지가 쌓인 발권 수속대, 문을 닫은 상가 등은 지방공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고착된 지 오래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헛된 명분보다는 전체 교통체계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지방공항 건설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윤종 사회부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