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내 하청 분규 근본대책 마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비정규직 노조원 550여 명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15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의 비정규직 노조도 어제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액은 23일 오전 6시 현재 1012억 원에 이른다. 현대차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휴업 조치까지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노조는 불법 파업을 중단하고 노사가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번 파업은 올해 7월 대법원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와 관련된 서울고법 판결을 파기 환송한 데서 비롯됐다.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 해고근로자들이 제기한 해고구제 소송 상고심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도급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취지로 서울고법 판결을 파기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이를 근거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 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판결이 최종 확정되기도 전에 점거 파업을 벌이는 것은 불법이다. 한편 검찰은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정규직 전환 요구는 노동관계법에 규정된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며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민노총 금속노조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같은 외부 세력이 개입해 전체 비정규직의 투쟁으로 몰아가려는 것은 잘못이다. 심지어 진보신당 회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국민영장’을 집 담벼락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기업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지나친 행동이다.

사내·사외 하청 생산은 외국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 생산방식이다. 사내 하청 생산을 일절 인정하지 않고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면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오히려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우려가 있다. 사내 하청을 금지당한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 이전을 적극 추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도 사내 하청을 지나치게 확대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같은 공장 안에서 똑같은 작업을 하는 데도 정규직과 하청업체 직원으로 구분해 처우를 달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과 격차를 줄여 나가야 한다. 기업들은 올해 7월부터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자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기보다는 사내 하청을 통해 해결했다. 정규직이 과(過)보호를 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답을 찾아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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