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윤정]“車보험료 외국보다 싸다”… 업계 주장이 낯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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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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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에 시달리던 자동차보험사들이 올 하반기 보험료를 최대 7% 올리는 강수를 뒀다. 가뜩이나 물가가 뛰어 생활이 팍팍한데 자동차보험료까지 오르니 소비자들의 시선이 고울 수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국내 자동차보험료가 외국보다 저렴한 수준이라는 조사결과는 다시 한번 자동차보험료 논란에 불을 지폈다.

손해보험협회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4개국의 자동차보험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미국이 가장 비싸고 일본 중국에 이어 한국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미국은 주마다 자동차보험료의 책정 기준이 달라 연간 162만 원에서 536만 원까지 편차가 컸지만 평균적으로 가장 비싼 수준인 반면 한국은 평균 84만 원으로 일본(191만 원)이나 중국(165만 원)보다 절반 가까이 싸다는 조사 결과였다. 최근 보험료를 올렸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싼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근거자료였다.

수치만 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보험료가 저렴한 것이 분명하지만 이는 곧바로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소득수준과 물가는 물론이고, 의료 환경과 보험시스템이 다른데 자동차보험료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의료비나 대인 배상비용이 비싸 교통사고가 났을 때 지급되는 보험금 또한 훨씬 많다. 안 그래도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마뜩지 않던 일부 소비자는 “이런 조사 결과를 갖고 또 보험료를 인상하려는 것 아니냐”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는 자동차보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그만큼 커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 잇따른 보험료 인상의 근거로 국내 자동차보험사들은 80%에 육박하는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비율)을 들었지만 소비자들은 과연 보험사들이 인상 전에 자구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를 의아해하며 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손해율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비용증가를 모두 소비자에게 떠넘겨야 하느냐는 비판도 여전하다.

자동차보험료가 ‘뜨거운 감자’가 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자동차보험제도 개선안 검토에 들어가고 업계도 최근 협회를 중심으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하다. 업계 입맛에 맞는 조사 결과를 갖고 “우리를 이해해 달라”며 소비자들을 설득하기에 앞서 업계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이들에게 최소한의 신뢰를 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선 아무리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인 엄정한 조사 보고서도 소비자들은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장윤정 경제부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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