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욱]‘中企적합업종 지정제’ 산업경쟁력은 어떡하라고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의 하나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 보호정책을 9월에 발표했다. 이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의 강한 중소기업 지원 의지와 충정에 공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쟁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정책 추진은 운영상의 문제는 물론이고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의 역차별 문제, 관련 제품의 수입 유발, 기술발전 제약 등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첫째,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나 품목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중소기업 간 합의를 도출할 만한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위원회에서 선정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에도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준 설정 및 대상 업종 선정과정에서 모두가 수긍할 만한 기준을 설정하고 적합업종과 품목을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셋째, 중소기업 적합품목의 가격 및 품질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국내 기업은 국내 조달 대신에 글로벌 소싱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국내 기업의 수입을 규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일 규제한다면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생긴다. 규제할 수 없다면 다국적기업 3M이 국내 문구류 시장을 잠식하듯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지정제가 오히려 관련 업계를 어렵게 만든다.

넷째,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나 품목은 경쟁 압력을 덜 받겠지만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보듯이 관련 업계나 조합 및 단체는 적합 업종의 지정 및 유지를 위해 회사를 분산 소유하거나 기업 규모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키우지 않는 등 혁신 노력보다는 지대 추구 활동에 진력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발전과 산업 간 융복합화의 급진전으로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업의 성격 자체마저 바꿔 버리는 오늘날의 시장환경 아래서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제와 같은 진입장벽의 설정은 어떤 형태로든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 가운데 수도꼭지가 있었다. 재래식 수도꼭지만을 염두에 두고 고유 업종으로 규제했으나 호텔이나 고급주택에서 사용하는 자동온도 감응식 수도꼭지는 국내 생산이 안 되어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의 앞날을 위해 중소기업의 발전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중소기업 지원 정책방향은 산업의 모든 영역에서 진입장벽을 허물어 경쟁을 촉진하되 중소기업이 주로 영위하는 업종에 대해선 생산성 향상, 품질개선, 기술개발, 경영혁신, 마케팅 및 시작 개척과 인프라 구축의 지원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병욱 한국경제연구원 경제교육실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