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민기]대학들의 외국인 유학생 눈높이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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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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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 유독 외국인 유학생들이 눈에 띈다. 그들의 국적도 다양해져 캠퍼스는 다양한 언어의 전시장 같은 느낌을 받는다. 2012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스터디 코리아’ 사업과 캠퍼스 국제화에 발 벗고 나선 대학의 노력이 모아져 많은 외국인 학생이 한국 대학을 찾고 있다.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에 따르면 2005년 1학기 서울대에는 교환학생과 비학위 과정생을 빼고 55개국, 946명의 외국인 학생이 입학했지만 올해 1학기 현재 81개국, 1451명으로 크게 늘었다.

과거 중국, 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만 치우쳤던 유학생들의 국적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 세계적 수준의 명문대와 뛰어난 교육환경을 자랑하는 선진국 출신 유학생들도 서울대를 많이 찾고 있다. 2005년 서울대의 외국인 유학생 중 중국인 비중은 39.1%였지만 올해 25.5%로 줄었다. 그 대신 미국 출신은 같은 기간 2.6%에서 7.2%로 증가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출신으로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소피아 홀트 씨(25)는 “스웨덴에서도 이미 한국은 최첨단 과학기술이나 삼성, 현대 등 세계적 기업의 이미지에 힘입어 좋은 유학지로 평가받고 있다”며 “문화적 차이 등으로 적응이 힘들기도 했지만 강의 수준이 뛰어나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어 강의 개설, 특정 종교를 배려한 식단 등 학교 측의 세심한 배려도 외국인 학생 유치에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는 여전히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유학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은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5만3461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70.5%에 이르렀다. 지방대가 부족한 학생 수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중국인 유학생을 경쟁적으로 유치한 탓이 크다. 중국인 학생들과의 교류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지나치게 양적인 증가에만 집착하는 것은 국제화의 본질을 비켜간 반쪽짜리 캠퍼스 국제화라는 생각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의장국인 한국은 이번 G20에서 환율문제 등 주요 난제(難題)의 주도적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룰 팔로어’에 그쳤던 위상을 ‘룰 세터’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대학의 국제화는 아직 우물 안 개구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좁은 우물에서 폼 잡기보다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인재들을 끌어와 각자의 다양한 경험을 교류하고 공유하는 것이 진정한 ‘스터디 코리아’가 아닐까.

신민기 사회부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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