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애끊는 상봉, 그리고 쌀과 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일 03시 00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60년 만에 만난 혈육들의 애끊는 정(情)으로 눈물바다가 됐다. 북측의 최고령자로 국군 출신 이종렬 씨(90)는 남측의 아들 민관 씨(61)를 부둥켜안고 “민관아…민관아…”라고 부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갓난아이 시절 국군에 입대한 아버지와 헤어진 아들은 “돌아가신 줄 알고 지금까지 제사도 지냈다”며 울부짖었다. 남측 최고령자인 김례정 할머니(96)는 북한의 딸 우정혜 씨(71)가 휠체어로 다가오자 “꿈에만 보던 너를…”이라며 목이 메었다.

2박 3일간 북측의 상봉 신청자 97명과 만난 남측 가족 436명은 다시 긴 이별과 기다림의 고통을 겪을 것이다. 이달 3일부터 금강산에서 북측 가족 207명을 만나는 남측 상봉 신청자 96명도 마찬가지다. 상봉을 원하는 사람만 8만 명이 넘고 신청자의 77%가 70대 이상의 고령인데 언제까지 찔끔찔끔 만나야 하는가.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우리 측은 매월 남북 100가족 상봉 정례화, 상봉 이산가족의 재상봉, 매월 5000명의 생사 및 주소 확인을 제안했다. 북측은 고작 1년에 3, 4차례 100명 규모의 이산가족 상봉을 제시하며 전제조건으로 쌀 50만 t과 비료 30만 t 지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했다.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자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물자 및 금품 지원을 받겠다는 노골적인 속셈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매년 30만∼40만 t의 쌀과 20만∼30만 t의 비료를 북한에 지원했다. 김정일 정권은 우리가 보내준 쌀로 특권층의 배를 채우거나 군량미로 전용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한다. 북한은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해 두 차례 핵실험을 했고 2012년까지 핵개발을 완료하는 ‘강성대국’을 운운한다.

대한적십자사는 올 10월 쌀 5000t, 시멘트 1만 t, 컵라면 300만 개, 의약품 등 100억 원어치의 수해(水害) 구호물자를 북에 전달했다. 열린북한방송은 북한이 한국에서 지원받은 쌀을 김정은을 띄우는 선전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가 보낸 쌀과 돈이 북한 군인들을 먹이고 3대 세습 체제를 공고히 하고 핵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야당과 좌파 세력은 대규모 쌀 지원과 금강산 관광 무조건 재개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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