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2007년 합의 정신’ 존중해 FTA 신속 발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미국 백악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음 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방한의 ‘핵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는 오바마 대통령과 내달 11일 양자 회담을 갖고 FTA 비준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달 26, 2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남은 쟁점을 협의했다. 2007년 4월 타결, 6월 서명 이후 3년 이상 표류한 협정 비준 및 발효가 중대한 고비에 접어들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국내 11개 연구기관은 협상 타결 직후 ‘한미 FTA가 발효되면 그 후 10년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80조 원, 일자리가 약 34만 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드미트리어스 머랜티스 USTR 부대표는 올해 7월 “한국과의 FTA로 미국은 연간 100억∼110억 달러의 수출 증대와 7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정의 발효는 두 나라의 동맹 체제를 강화하고 중국 일본 북한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위상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다.

미국에는 외국과의 자유무역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부정적 기류가 있다. 이달 초 미국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한국과의 FTA가 미국에 이롭다는 응답은 1999년 24%에서 20%로 줄어든 반면 해롭다는 응답은 32%에서 53%로 크게 늘었다. 한국의 일부 야당과 좌파세력도 ‘발목잡기’에 나섰다. 이 협정을 체결한 노무현 정부에서 여당 의장과 장관,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어제 “김종훈 본부장이 밀실협상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김 본부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국가 간 협상에서 어느 한쪽에만 유리한 내용을 담을 수는 없다. 3년 반 전 한미 FTA 협상 결과는 경제적, 비경제적 효과를 합쳐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 양국은 ‘2007년 합의 정신’을 존중해 대승적 차원에서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

협정문 원안이 유지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한국에 더 유리하게 체결됐다는 인식이 강한 미국 내 분위기를 완전히 무시하기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2007년 협상 타결 때 정신과 원칙을 잊지 말고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남은 쟁점을 조정하는 데 그쳤으면 한다. 미국이 지나치게 한국을 압박하면 한국 내 비준이 어려워져 결국 미국의 국익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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