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 손학규 대표는 말을 여러 번 바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2008년 4·9 총선 직후 손학규 당시 통합민주당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처리해 통합민주당이 신뢰받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에는 야당으로서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지사 시절 해외투자 유치에 앞장섰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6년 대선 주자의 길을 닦기 위한 ‘민심 대장정’을 할 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FTA라는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해주고 더욱 힘 있게 추진하도록 격려해주자’고 자신의 블로그에 썼다.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직후에도 “국가 생존 차원에서 한미 FTA 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0·3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손 대표는 말을 바꾸었다. 전당대회 직전만 해도 “한미 FTA 재협상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던 그는 최근 당내에서 한미 FTA 재협상 논란이 가열되자 ‘여론 수렴을 위한 당내 특위 구성’이란 우회로를 선택했다. 8일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당의 명백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피해 상황을 보완하는 것을 과제로 삼겠다”며 재협상 쪽으로 무게를 옮겼다.

야 4당과 무소속 의원 35명이 한미 FTA의 수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18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발송했다. 이들은 “기업의 이해를 유권자의 이익보다 더 중시하는 FTA는 야합에 불과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공동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주장했다. 2007년 4월 한미 FTA 타결 당시 집권 여당으로 박수를 쳤던 민주당 의원들이 이제 와서 FTA 재협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국제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손 대표를 이념에 경도되지 않은 소신의 정치인으로 기억하는 지지자가 적지 않다. 그는 2008년 7월 17대 국회를 마무리하면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17대 국회에서 한미 FTA 인준을 못한 것이 아쉽다”며 “내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당의 분위기를 인준하도록 바꿀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손 대표는 지금이라도 FTA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밝히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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