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윤수]백두산 화산 관측소 세우자

동아일보 입력 2010-09-30 03:00수정 2010-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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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이 4, 5년 내에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이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었다. 이 소식은 전 세계로 타전되었고 중국 당국과 백두산을 관측연구하는 중국 국가지진국이 이 설의 근원과 진위 파악을 위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백두산 폭발 임박설은 곧바로 국내와 중국, 서방의 지질학자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반박함으로써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었다.

독자 중에는 “그 지질학자들은 백두산 화산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지질학자들의 이야기는 백두산이 수년 내에 폭발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인 자료, 근거, 논리가 결여되어 있다는 말이다. 의사가 환자를 처방할 때 환자의 관련 증세 변화와 현황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검사 결과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세상에 똑같은 조건을 갖는 화산은 없다. 같은 화산이라도 시기에 따라 활동의 패턴이 달라 중국에서 지금까지 관측한 자료를 총동원해도 수년 후의 백두산 화산 활동을 예견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백두산 화산은 몇 가지 특이한 환경에 놓여 있다. 첫째, 천지에서 약 10km 아래에 점성이 매우 높은 유문암질의 거대한 마그마가 자리 잡았는데 평소 엄청난 압력의 화산가스를 잡아두다가 언젠가 한계치를 넘을 때 터져 강력한 폭발로 이어진다. 둘째, 백두산 천지는 폭발 직후 주변의 암괴와 화산재가 굴러떨어져 함몰된 화구에 위치하며 약 20억 t의 물이 담겨 있다. 평소에 백두산의 지하수계는 마그마의 열기를 식히는 천연냉각기능을 하지만 화도의 균열을 따라 마그마와 직접 접하는 순간 수증기로 기화되면서 화산활동의 기폭제로 작용한다. 천지가 터지면 2∼3메가파스칼에 해당하는 압력이 순식간에 제거돼 수압에 눌려 있던 마그마가 튀어 올라 초대형 화산폭발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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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일본열도 아래로 연간 약 10cm씩 파고 들어가는 태평양판이 백두산 근처의 북-중-러 3국 경계부 500∼600km 아래에서 심발지진(지하 300∼700km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데 여기서 제공된 에너지가 백두산 마그마를 흔들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02년 6월 28일 규모 7.3의 심발지진이 일어난 직후부터 약 5년 동안 백두산에서는 화산지진이 빗발쳤다.

정확한 화산 예측을 위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측연구는 필수 불가결하며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백두산은 북한과 중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그중 어느 곳과의 공동연구는 필수사항이다. 필자를 포함한 국내의 백두산 전문가는 중국보다는 북한과 협력하여 백두산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방안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더 큰 이익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백두산은 여름을 제외한 기간에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극한지역이다. 백두산의 지표(암반)에다 고정관측소를 만들고 심부의 화도까지 굴착한 심부시추공에 화산마그마의 물리화학적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직접 관측하는 관측장비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백두산 화산분화 예측과 화산분화 모델 구축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장비의 최적 배열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화산관측 자료를 실시간으로 모아 처리할 수 있는 백두산 과학기지를 삼지연에 세워 중국의 장백산 화산관측소를 뛰어넘는 첨단의 화산관측연구소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장기 플랜과 국가 차원의 안정된 연구개발지원이 필요하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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