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한금융, 신뢰 위기의 갈림길에 섰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09-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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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 경영진의 내분 사태가 어제 이사회를 계기로 일단락됐지만 최종적으로 매듭지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내분의 양 당사자인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측의 설명을 듣고 신 사장 직무정지안을 통과시켰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가 신 사장의 배임 횡령 여부를 판단할 입장은 아니며 사법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의 내분은 라 회장, 신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최고경영진 3명의 갈등에서 빚어졌다. 신한은행 측이 2일 신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표면화되어 창립 28년째인 신한은행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이번 사태로 신한금융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 원 하락했다. 신 사장의 혐의와 함께 지난해부터 제기돼 온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은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가릴 수밖에 없게 됐다. 당국은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정치권력 유착설까지 나도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고도 심도 있는 조사를 벌여 사실관계와 위법성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신한금융은 자산 규모 310조 원대로 국내 금융계에서 3위에 올라 있으며 가장 탄탄하고 정치권으로부터 가장 독립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시장에서 신뢰를 잃으면 위상이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 있다. 외환위기 때 일부 은행은 규모 면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를 외치다가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해 쓰러졌다. 경영 수뇌부가 ‘비자금’ 소동에 경영권 다툼이나 벌이고 있다면 건전성과 대외경쟁력을 두루 갖춘 금융회사라 해도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 국내외 신용평가기관들도 신한금융 스스로 명성에 흠집을 낸 사태를 비판했다.

신한금융은 이사회가 회사의 안정을 중시하는 결론을 내린 데 맞춰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신한금융은 자체적으로 내분을 수습하고 신뢰의 위기를 극복할 갈림길에 섰다. KB금융지주의 경우처럼 정부 당국의 개입을 초래한다면 국내 금융 산업의 불행이다. 신한금융은 검찰과 감독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경영진 내분이 더 커지지 않도록 단속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과 달리 세계에 내세울 것이 없는 금융 부문에서 경쟁력 강화는커녕 내부 다툼 때문에 은행이 흔들린다면 주주와 고객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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