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부와 과기부의 통합은 실패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13일 03시 00분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됐던 과학기술부(과기부)가 사실상 부활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10일 대통령 직속 심의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편성 배분 조정권을 갖는 장관급 행정위원회로 격상시키기로 확정했다. 국과위는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위상을 갖고 연간 14조 원의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

교육부와 과기부의 통합은 애당초 ‘잘못된 만남’이었다. 부총리급 정부조직을 축소하고 교육과 과학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이미 실패로 결론이 났다. 교과부로 통합되면서 조직 전체가 ‘사교육과의 전쟁’처럼 민감한 교육현안에 매달리느라 과학기술의 중장기적 주요 과제들은 뒷전으로 밀리거나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양측은 물리적 통합은 이뤄졌지만 조직 분위기는 여전히 물과 기름 같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과기 분야는 교과부 장관에게 보고할 시간을 잡는 것부터 하늘의 별 따기라는 불만이 이어졌다. 과학기술계 출신인 김도연 장관이 통합 초기에 잠시 장관을 지내긴 했지만 교육 관료들에게 휘둘리다시피 했다. 그 후 교육 쪽의 안병만 이주호 장관으로 이어지면서 과학기술계의 박탈감이 커졌다. 과학기술이 교과부의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연구 인력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국가 R&D 정책을 총지휘할 실질적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것은 정부 조직의 심각한 결함이었다. 부처마다 제각각 R&D 계획을 추진해 중복과 낭비를 초래했고 부처 간 영역 다툼은 정책 표류로 이어졌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어느 나라 교육부 장관이 원전 수출을 하러 다니느냐”며 비판한 것도 답답함에서 나온 발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기술 인프라 경쟁력은 2007년 6위에서 2009년 14위로 떨어졌다. 국가 총괄기구의 부재와 체계적 정책의 실종도 중요한 원인이다.

국과위를 발족한다지만 이미 교과부가 있는 상태에서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란 비판도 있다. 정부는 위원회를 발족하는 방안과 과거처럼 과기부를 두는 방식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도 있다. 위원회로 가더라도 교육부 안에 있는 과기부 관련 실국을 모두 가져가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행정을 집행토록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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