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홍성철]5년 정권이 백년대계를 망쳐서야

동아일보 입력 2010-09-09 03:00수정 2010-09-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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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제도가 또 바뀐다. 꼭 필요하다면 바꿔야 하겠지만 너무 자주 바뀐다. 정부 수립 이후 17번째라니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고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 입시가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수험생의 과도한 수능 부담 완화 및 사교육비 경감 도모, 대입여건 변화에 따른 수능 역할 재설정, 2009년 개정된 교육과정 취지 반영으로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8월 19일 발표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보도자료 중에서)

그렇게 뜯어 고쳐봐야 고교교육은 늘 ‘비정상’이고 사교육비 부담에 학부모 허리가 휜다. 이번 개편안만큼은 정말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고 사교육비를 줄여줄까. 하지만 자꾸 바꿔봐야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국민은 경험으로 안다. 불완전한 정책이라도 인내심을 갖고 시행과정에서 보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5월 발표한 ‘사교육 시장의 현황과 대책’ 보고서를 보자. 학부모들은 사교육비가 줄지 않는 이유로 ‘정부의 잘못된 입시정책’(38.0%)과 ‘부실한 학교교육’(22.9%)을 들었다. 16차례에 걸친 입시 변화가 실패라는 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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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수능 도입의 목표 가운데 하나도 고교교육 정상화였다. “이전의 학력고사가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 정도를 측정해 고교교육의 비정상화를 초래하고,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평가하기에 미흡하다는 주장”(2007년 발간된 ‘실록 교육정책사’ 중에서)이 도입 배경이었다.

초기의 수능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교과 간 통합적인 문제가 많고,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위주로 출제됐다.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고 창의적인 수험생에게 유리한 시험이었다.

취지는 좋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수능에 포함되지 않은 과목이 외면당하고 학교교육만으로 대비가 어려워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는 불만이 나왔다. 학교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도입된 수능이 도리어 학교교육을 망친다는 비판을 부른 것이다. 이후 수능은 학력고사처럼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 문제가 많아졌다.

몇 년 전 열풍이 일었던 대입 통합교과형 논술도 학교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한 것이다. 이를 주도했던 고(故) 김영정 전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대학입시를 바꿔 고교교육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결국 통합교과형 논술이 너무 어려워 논술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밀려 수능 중심의 입시로 회귀하고 말았다.

사교육비 문제가 심각한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교육정책의 목표가 사교육비 경감일 수는 없다. 사교육비 문제는 교육정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학력이 소득을 포함해 많은 것을 결정짓는 학벌 위주의 사회다. 이런 구조에서는 입시정책을 수백 번 바꾼들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입시정책 입안자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원인은 바로 포퓰리즘 정치다. 정권이 바뀌면 입시제도가 바뀌고, 장관이 바뀌면 또 바뀐다. 교육문제가 워낙 국민적 관심사여서 정치인들은 여론의 동향에 지나치리만큼 민감하다. 이러다 보니 ‘5년 정권이 백년대계를 망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인들은 내 임기 내에, 다음 선거 이전에 유권자 입맛에 맞는 제도나 정책을 내놓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한,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는 어둡다.

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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