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란 제재, 국제공조와 국익 사이

동아일보 입력 2010-09-09 03:00수정 2010-09-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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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 제재결의 1929호를 이행하기 위한 대(對)이란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102개 단체와 24명의 개인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국 기업의 이란 석유 가스 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 등도 금지됐다.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서는 수개월의 영업중단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미흡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란과 경제교류가 활발한 한국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란은 현재 최소 22kg의 고농축우라늄을 확보하고 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6일 밝혔다. 국제사회가 강력히 대응하지 않으면 조만간 핵보유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유엔 회원국인 한국이 이란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안보리 조치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하고 제재에 앞장섰던 우리가 이란의 핵개발에 침묵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며 고통을 겪는 모습을 북한에 보여줄 필요도 있다.

정부는 이란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란이 제재요인을 제거하기만 하면 양국 경제교류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 정부가 발표한 제재가 다른 국가들보다 강경한 것도 아니다. 미국은 지난달 우리보다 훨씬 강력한 포괄적 이란 제재법 시행세칙을 발표했다. 일본도 이란 은행과 기업 103개, 개인 24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폐쇄를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영업중단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수교 48년을 맞은 한-이란의 교역액은 연간 100억 달러나 된다. 이란과 거래하는 한국기업은 2000개가 넘는다. 이란에서는 드라마 ‘대장금’의 평균 시청률이 90%를 넘어설 정도로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양국이 상대방을 존중하고 교류를 통해 혜택을 얻었기 때문에 이처럼 돈독한 사이가 됐다. 이란이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서울에 멜라트은행 지점을 설치한 것도 양국 관계를 중시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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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자국의 의심스러운 핵 활동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불러왔고 한국이 불가피하게 동참하게 된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란이 한국의 조치에 반발하기보다는 합법적인 거래를 확대해 제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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