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관희]변호사 자격시험 대신 연수를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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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한 지 2년 가까이 됐다. 예견됐던 많은 문제만 두드러질 뿐 해결된 점은 없다. 우선 학문의 후속세대 양성 문제인데 로스쿨은 실무교육 중심이므로 법학을 연구하고 학자를 양성하는 기능이 도외시되고 있다. 일본은 로스쿨을 만들면서도 기존 법과대학은 그대로 유지해 이론교육은 학부에서, 실무교육은 로스쿨에서 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로스쿨 인가를 받으면 학부는 폐지돼서 기존의 법대 교수가 그대로 로스쿨 교수가 되고, 실무를 하던 변호사가 교수로 영입돼 정서적 갈등도 드러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변호사 자격시험이다. 일본 로스쿨이 실패했다고 지적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다. 작년의 경우 27%에 불과해 국가적 사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물론 일본은 6000명 정도로 정원을 과다 배정한 점이 문제가 됐지만 우리는 양질의 교육을 담보한다는 이유로 학계의 요구보다 훨씬 적은 2000명으로 제한했다는 점이 다르다.

로스쿨 도입에 따르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변호사 시험을 치르지 않고 미국 일부 주처럼 로스쿨을 졸업하면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diploma privilege)를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변호사 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로스쿨 교수의 전공 분야를 살려서 마음껏 수강할 수 있으므로 전문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로스쿨에서의 박사과정도 활성화되어 학문 후속세대를 훌륭히 양성할 수 있다.

우리의 모델인 미국에서도 변호사 시험은 초보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실무능력의 30∼40% 정도밖에는 테스트할 수 없고, 2∼3일간의 필기시험으로 전문성을 검증하는 일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로스쿨 졸업생이 많아서 변호사 시험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우리는 입학 때부터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2000명으로 제한했으므로 졸업증서를 변호사 자격으로 해도 별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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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국 로스쿨에 엄격히 통일된 상대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A 30%, B 40%, C 20%, D 이하 10% 정도로 한다면 학생은 수업에 열중하고 C 이하에 해당하는 학생은 법률사무소(로펌)나 기업 등 시장에서 원치 않으므로 사실상 변호사 시험에 탈락한 결과와 같을 것이다. 현행 변호사 시험법은 현재의 사법시험보다 객관식 시험이 4개 과목이나 많은 등 결과적으로 수험생에게 더 부담을 주는 우를 범하고 있다. 시험부담 때문에 로스쿨 교육이 현재 파행으로 치닫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로스쿨에서 법대 출신과 비법학과 출신을 똑같이 3년 교육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일본처럼 법대 출신은 2년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로스쿨 아닌 법대도 존재 이유가 산다. 또한 로스쿨에서 배운 내용만으로 변호사 활동을 하도록 할 수 없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 같다. 1년간 법무법인 등에서 연수를 받게 한 후에 변호사 단독개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인데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로스쿨 교육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다양한 법 분야에 전념하여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성공한다. 이를 위해서는 변호사 시험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국제법률시장 개방 시대에 부응하여 법학·법조 전문화로써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일본과 미국의 로스쿨 제도보다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이관희 경찰대 교수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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