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사청문 대상자 늘리려면 법부터 고쳐라

동아일보 입력 2010-09-02 03:00수정 2010-09-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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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는 그제 임채민 신임 국무총리실장에 대한 준(準)인사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 정무위 소관 장관급 위원장 3명도 새로 임명되면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추진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과 함께 임 실장에게 예금과 세금, 부동산, 출입국, 병역 관련 자료들을 요구했다. 국무총리실 측은 총리실장의 경우 인사청문 대상이 아니라며 자료 제출에 불응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가 이들 장관급 4명에 대해 제기한 인사검증의 필요성은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국무총리 업무 총괄 보좌와 국민의 권익보호, 기업 거래질서 확립, 금융정책 수립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법률상 인사청문 대상인 장관들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해 정무위 소관 장관급 4명의 업무능력과 도덕성 청렴성 등 적격 여부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나름의 명분은 있다.

그러나 이들 장관급 4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현행법에 저촉된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행정부 소속 장관급의 경우 국무회의 정규 멤버인 국무위원으로 인사청문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주요 권력 기관장으로서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된다.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고 여야가 합의했더라도 국회 정무위가 국무총리실장을 불러 놓고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법적 권한은 없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이재훈 장관 후보자 3명을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마시킨 야당은 내친김에 이명박 정부의 다른 요직 인사까지 인사청문회로 불러내 전과(戰果)를 올리고 싶을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직 후보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고양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인사청문 대상이 아닌 고위직을 불러내 적격성을 검증하는 청문회를 여는 것은 명백한 월권(越權)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법의 권위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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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소관 위원회에서 장관급을 출석시켜 업무에 관한 질의를 하거나 비판, 추궁을 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야당의 요구에 덜렁 합의해준 뒤 금세 한 발 빼고 있는 한나라당은 더 한심하다. 인사청문 대상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면 법부터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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