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화예술 소외지대 ‘찾아가는 프로그램’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문화바우처에 대해 늦게 알았는데 알고 나서 어찌나 행복하던지요.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부산의 김선영 씨가 연극 ‘오래된 아이’를 본 뒤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문화바우처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연극 음악 미술 책 등 문화프로그램을 즐길 비용으로 1년에 5만 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 예산 67억 원으로 13만4000여 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지급 대상자로 추산되는 400만 명 중 3.3%에 불과하다.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 농어촌지역에서는 문화예술 경험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특히 집에 읽을 책이 부족해 풍부한 독서를 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인지능력 개발이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테네시대 연구진이 소외계층 학생 852명에게 학년 말에 직접 고른 책 12권씩을 3년간 집에 가져가게 하는 실험을 한 결과 읽기 성적이 크게 올랐다. 책을 많이 읽어서만이 아니다. 자신이 한 계단 위로 ‘계층이동’을 했다고 여기게 돼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이제는 국민 모두가 고르게 문화를 누릴 수 있어야 하겠다”며 문화바우처 제도를 내년부터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동유럽 공산정권 붕괴 직후 이 대통령이 찾았던 헝가리의 공연장에 서민층 학생들이 많아서 놀랐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문화의 세례를 받기 어려운 소외지역을 위해 ‘찾아가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정부는 신경을 써야 한다. 동아일보는 2007년부터 강원 인제, 경남 거창, 경북 울진 등 지방 청소년들을 찾아가 클래식음악과 발레, 뮤지컬, 비보이 공연을 보여주는 ‘친구야 문화예술과 놀자’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이런 문화예술 공연을 생전 처음 보았다는 청소년이 26%나 된다. 한번 감동을 느끼게 된 청소년들은 85%가 “공연이 있으면 또 오겠다”고 할 만큼 문화예술에 목말라 있다.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한진중공업은 미래세대의 ‘문화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이미지를 청소년들에게 주어 기업으로서도 큰 플러스다. ‘문화공헌’을 하는 기업이 늘면 영세한 문화예술 공연단체들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화가 소외된 계층과 지역까지 찾아가 상상력과 꿈을 선사하는 나라가 돼야 지역격차도 줄어들고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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