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구 국회의원에 예속된 지방자치 수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8일 03시 00분


민주당 소속 김학규 용인시장과 우제창 국회의원이 용인시 인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우 의원 측이 용인시 국장 과장과 산하단체장에 특정 인사들을 임명하도록 요구한 것이 발단이다. 김 시장은 지역 신문 기고문을 통해 공직 인사에 개입하는 정치인을 경고하고 정치권에 줄 대는 공무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 행정전산망에 글을 올려 “정당 공천으로 당선됐으니 소속 정당에 빚을 진 건 사실이지만, 단체장을 정당의 전리품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은 문제”라는 소회를 털어놓았다.

김 시장과 우 의원은 6·2지방선거 때 긴밀하게 공조했다. 우 의원이 김 시장을 후보로 천거했고 시장 선거캠프와 시정인수위원회에 우 의원 비서진이 포함됐다. 우 의원 측은 김 시장의 인사 외압을 터무니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를 고려할 때 김 시장이 우 의원을 공개 비판하고 나선 것을 보면 인사 개입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정당의 자치단체장 후보 공천에서 지역구 의원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역구 의원의 도움을 받아 정당 공천으로 당선된 김 시장이 의원의 인사 외압을 공개 비판한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공무원들이 의원에게 인사 청탁을 하고 단체장이 의원의 인사 외압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지방자치는 바로 설 수 없다.

지방자치가 본격 실시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지방행정에 미치는 중앙정치의 강력한 입김은 여전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단체장 후보 공천을 받기 위해 거액의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4월 한나라당 소속 이기수 당시 여주군수가 같은 당의 이범관 의원에게 공천 헌금 명목으로 2억 원을 건네려다 구속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의원들이 자신의 경쟁 상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배제하고 수족 같은 사람을 시장 군수 후보로 공천해 갈등을 빚은 경우도 많았다. 자치단체장이 지역 주민보다 중앙당이나 지역구 의원의 눈치를 더 보게 만드는 것은 정당공천제의 대표적 폐해다. 일본의 기초단체장은 대부분 무소속이어서 중앙정치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기초단체장의 정당 공천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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