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합부동산세 一口二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재산세로 통합돼 사실상 폐지될 운명이던 종합부동산세가 정부와 한나라당이 최근 부쩍 챙기는 ‘친(親)서민’ 코드 속에서 되살아날 조짐이다. 정부는 ‘2009년 경제 운용방향’에서 ‘종부세를 중장기적으로 재산세로 통합하겠다’고 했다. ‘2010년 업무보고’ 때는 ‘2010년 11월까지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시한까지 밝혔다. 그래 놓고 국회에 제출할 세제(稅制)개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종부세 폐지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세제를 다루는 기획재정부는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합하면 부자 동네가 오히려 세수(稅收)가 많아져 가난한 지방과 격차가 커진다”는 핑계를 댄다. 이런 부작용은 종부세 폐지 논의가 한창이던 2008년부터 거듭 제기된 것이다. 정부의 의지가 있었다면 대안을 마련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정부가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미적거리다 결국 2년 전으로 후퇴시켰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가 2005년 서울의 ‘강남 부자’를 겨냥해 만든 징벌적 세금이었다. ‘종부세 전면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재정부는 ‘과도한 세(稅)부담을 안기는 종부세는 지속 불가능한 세제’라고 평가했다. 납세자의 능력에 따라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조세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에 맞지 않으므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었다.

정부가 서민 감정을 의식해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놓은 세금 폭탄을 시정하지 않는다면 조세정의에 어긋난다. 서민은 일자리 창출과 복지로 보듬을 일이다. 부자 때리기 세금으로 배 아픈 심리를 달래주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포퓰리즘이다. 일구이언(一口二言)하는 정부의 종부세 기회주의는 국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노 정부는 폭등하는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종부세 폭탄을 터뜨렸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집값은 주택 공급이 늘고 수요가 줄어들면서 잡혔다. 지금 부동산 가격은 장기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어 종부세를 유지할 명분도 사라졌다. 종부세는 2008년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결정 이후 대상자와 세액이 줄어 납세자의 불만도 다소 줄었지만 잘못된 세금이 정당화된 건 아니다. 정부는 약속대로 종부세를 재산세에 포함시키되 지방자치단체 간 세금 배분 체계를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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