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명박 박근혜 회동과 보수대연합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9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재·보궐선거(28일) 전후에 만나기로 했다. 이-박 회동은 작년 9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두 사람이 냉랭한 관계를 청산하고 협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국정의 순항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한나라당의 두 계파를 분점(分占)하고 있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소통 부재로 국정 수행에 장애를 초래했다. 이 대통령이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내세워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박 전 대표는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벌였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표결에서 찬반으로 쫙 갈렸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100명은 그제 전국에서 전세 버스를 타고 올라와 은평을 재·보선에 나선 친이계 이재오 후보의 낙선운동을 폈다.

2007년 대선 이후 두 사람의 회동은 5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뒤탈이 나고 안 만난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회동이라기보다는 비판 여론에 등 떠밀리듯 만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사람의 그동안 관계나 만남에 비추어볼 때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의미를 가지려면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허심탄회한 대화로 상호 불신과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야 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만 양자의 협력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도 중요하겠지만, 대통령 임기 후반의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일에 합심(合心)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국민 경제생활에 윤기가 돌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져야만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올라갈 것이고 박 전 대표의 정치 행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제의한 ‘박근혜 총리론’을 거부했다. 충분한 신뢰구축 없이 불쑥 내미는 통합카드는 상호 불신만 키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함께 국정을 책임지는 자세로 마음을 열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합의를 이뤄내기 바란다. 세종시 문제도 일단락됐고, 대선 레이스나 공천 같은 갈등 요소가 없는 지금이야말로 공동 목표를 위해 손을 잡을 수 있는 호기다.

안 대표가 제기한 중도-보수대통합론이나 여권 일각의 보수대연합론도 두 사람의 신뢰 형성 없이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이-박 회동이 됐건, 보수대연합이 됐건 국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줘야 한다. 이 대통령은 “서로 협력하는 일에 대해 기탄없이 논의할 것”이라고 했지만 서로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또 한 차례 실패한 이-박 회동 사례를 보태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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