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사와 학생 평가 포기하고는 공교육 못 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5개 시도교육청에서 좌파 성향 교육감이 취임한 것을 계기로 일부 학생이 교육과학기술부 주도로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청소년 인권단체를 자처하는 ‘아수나로’는 교원평가를 학생 중심으로 할 수 있게 시스템을 다시 짜야 한다며 올해 3월부터 도입된 현재의 교원평가제(교원능력개발평가)를 반대한다. 학생의 본분이 공부임을 망각한 행동이다.

문제는 이런 철없는 요구를 일부 교육감이 ‘일제고사 반대’와 ‘교원평가제 반대’ 같은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하려는 듯한 행태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교사들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할 권리가 없지만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있다”며 애매한 자세를 취했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인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학업성취도 평가 당일 시험을 거부한 학생을 위해 대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육감이 학생들에게 시험을 거부하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올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13일로 예정돼 있다.

국회가 10년 동안 입법을 표류시키는 바람에 정부 주도로 도입된 교원평가제는 교사의 전문성을 높여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학기말을 맞아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하는 만족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교원평가제는 학부모, 학생의 온라인 만족도 조사와 교사들의 상호 평가로 이뤄진다. 학부모는 자녀가 지도받는 모든 교사에 대해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교원평가 문항을 보면 학생의 성적뿐 아니라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도나 적절한 언어 사용 여부처럼 교사의 자질을 묻는 항목도 많다. 그러나 현행 교원평가제는 평가 결과를 인사와 급여에 연계하지 않는 ‘반쪽짜리 평가’에 불과하다.

좌파 성향의 김승환 신임 전북도교육감은 이마저도 “교원 줄 세우기를 초래하고 성적위주 교육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며 교원평가제 시행 폐지안을 취임 첫날인 7월 1일자로 입법예고했다. 학부모 대다수가 찬성하고 시행도 해보지 않은 교원평가제를 교육감의 힘으로 뒤집으려는 발상이다.

학교에서 평가는 교육 과정의 완성이며 교육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다. 단원이 끝나면 단원평가를 하고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본다. 서열을 매기기 위한 목적보다는 배운 내용을 얼마나 소화했는지 알아보기 위한 뜻이 더 크다.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노력은 배가되고 실력이 그만큼 향상된다. 교사든 학생이든 평가를 회피하고 거부한다면 공교육을 살리기 힘들다. 국회는 교원평가제의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만들어 혼란을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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