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보 재정위기 부른 의료시혜 포퓰리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지역 의료보험과 직장 의료보험이 2000년 건강보험으로 통합된 지 10년 만에 재정 위기를 맞고 있다. 건강보험은 매년 들어오는 보험료 수입으로 병의원에 의보수가를 지급해 수지를 맞추는 단기성 보험이다. 올해 수입은 31조7000억 원인 반면 지급액은 3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1조3000억 원의 당기적자가 예상된다. 그동안 적자를 충당하던 적립금 2조2586억 원도 내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 지급할 돈이 모자라게 된다는 뜻이다.

건보재정이 악화된 이유는 들어오는 수입에 비해 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0년 건보통합과 의약분업 이후에도 보험설계 초창기인 1970년대 도입한 저보험-저수가 구조, 비효율적 관리시스템을 고치지 않은 채 보험적용 대상과 가입자를 늘렸다. 돈 들어올 곳은 따져보지 않고 급여수준을 늘리는 데만 골몰한 정치권의 의료시혜 포퓰리즘 탓이 가장 크다. ‘보험적용 확대’는 선거 때마다 정치권의 단골 메뉴였다.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노인성 질환자의 진료비가 2008년 2조2000억 원으로 2000년보다 3.8배 증가했다. 지난해 노인 진료비는 전체 보험지출의 30%를 차지했다. 의약분업 이후 늘어난 약제비, 높은 외래진료 수진율, 3차 의료기관 환자쏠림 현상도 재정악화에 일조했다. 건보재정이 파탄나면 민영보험, 즉 사(私)보험을 들 형편이 못 되는 저소득 서민층이 직격탄을 맞는다.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사람’이 생기면 사회불안이 커지고 사회통합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건보재정을 안정화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든, 국고 지원을 하든 결국 국민부담으로 귀결된다. 수입이 늘어나기 힘든 구조라면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있는 3차 대형병원에만 환자가 몰리는 쏠림현상이 가장 골칫거리다. 이런 현상이 ‘30분 대기, 3분 진료’라는 환자 홀대현상을 낳으면서 보험재정도 악화시킨다. 건보재정을 이대로 두면 공멸한다는 인식을 갖고 근본적인 개혁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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