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상 어지럽히는 정권 下部 연고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사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총리실은 1일부터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사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엄중 문책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이명박 정권의 첫 권력형 게이트가 될 것”이라면서 연일 공세의 수위를 높인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2008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이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은행 용역업체 대표 김모 씨를 내사했다. 공직자 사정(司正)과 감찰, 업무평가라는 본연의 업무를 벗어난 행동이다. 이 지원관은 “김 씨가 공직자인 줄 알고 조사를 시작했다가 민간인이라는 점을 확인한 뒤 내사 결과를 경찰에 넘겼다”고 주장하지만 월권(越權)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민주국가에서는 누구도 법을 넘어선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이 지원관은 경북 영덕 출신으로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에서 고교를 졸업했다. 이 지원관과 가까운 포항 출신 청와대 모 비서관의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은 영일과 포항 출신 5급 이상 공직자 모임인 ‘영포회’에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우리 공직사회에는 각 지방 출신 공무원 모임이 23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포회를 비롯해 지연과 학연 등 사적(私的) 연고에 따른 공직사회의 사조직이나 친목모임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민간기업은 조직경쟁력과 단합을 해친다는 이유로 사적 연고에 따른 임직원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문제 제기는 야당으로서 할 일에 속하겠지만 자신들의 ‘과거’는 깨끗한 것처럼 시치미를 떼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 민주당 정권은 권력의 실정(失政)을 비판하는 언론인 등 민간인의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도청하고 금융계좌와 부동산을 뒤지는 불법사찰을 했다. 고위 요직부터 하급 실무자까지 출신지역과 ‘코드’에 따른 인사차별이 기승을 부렸다.

중국의 한 개 성(省)이나 미국의 한 주(州)보다도 국토면적이 좁은 한국에서 최고권력자와의 지연이나 학연을 고리로 한 네트워크가 물의를 빚는 것은 시급히 사라져야 할 폐해다. 정권 하부(下部) 일부 공직자의 일탈(逸脫)은 세상을 어지럽히고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을 촉진한다. 대통령과 연고가 있는 사람들일수록 각별히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 여당 야당을 가릴 것 없이 정치권에 은밀히 줄을 대는 공직자를 방치해서도 안 된다. 이 대통령은 유사한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도 일부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위를 일벌백계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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