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대만 시장통합, 우리에겐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중국과 대만이 어제 관세의 인하 또는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공식 서명했다. ECFA는 상품 및 서비스 무역과 투자보장 등을 담은 광범위한 무역협정으로 약간 낮은 단계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세계 각국이 역내(域內) 경제의 주도권 강화와 새로운 시장 확보를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분단 61년째이자 적대적 관계인 중국과 대만의 발 빠른 ECFA 체결로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파장이 밀려올 것이다.

대만이 외국과 FTA를 맺은 실적은 부진했다. 과테말라 등 중남미 5개국과 FTA를 맺었지만 대만의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9%에 그쳤다. 대만은 경쟁국인 한국이 FTA를 확대하는 걸 보면서 몸이 달았을 것이다. 대만은 올 1월 중국-아세안 FTA 발효에 자극받아 중국과 ECFA 체결을 서둘렀다. 장차 정치적 통일까지 염두에 둔 중국이 통 크게 양보해 신속하게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 ECFA는 대만에 유리한 조건이다. 조기수확(우선개방) 품목으로 267개를 주고 중국으로부터 2배인 537개 품목을 확보했다. 대만 은행의 중국 진출 규제완화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대폭 양보를 얻어냈다. 대만 농산물의 중국 수출이 가능해진 반면 비교우위가 있는 중국산의 대만 상륙은 막았다. 대만은 ECFA를 통해 경제적 효과 이외에도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활동 공간을 확보했다.

중국과 대만의 밀착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위협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한국과 대만의 중국 수출 상위 20개 품목 중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14개 품목이 중복된다. 대(對)중국 수출액의 60%가 대만과 경합하는 품목이다. 대만 제품이 관세 없이 중국 시장에 들어가면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계는 바짝 긴장해야 한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한국은 10.2%, 대만은 8.6%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중국-대만의 ECFA로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중 FTA 추진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 세계 최대의 수출 및 내수시장인 중국을 대만에 더 빼앗기기 전에 우리 산업을 보완하는 FTA를 구상해야 한다. 대만은 한중 FTA 체결에 2∼4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그 이전에 중국과의 ECFA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소원해진 한-대만 관계를 개선해 한국과 대만이 중국에 함께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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