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설사 늑장 구조조정, 국민 부담 키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6일 03시 00분


채권은행들이 금융권에 500억 원 이상 빚을 진 1985개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 결과 65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결정했다. 구조조정 기업들은 자산이나 계열사 매각을 통해 은행빚을 줄이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도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 2조8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재작년과 작년에 두 차례에 걸쳐 1조7000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한 지 채 2년도 안 돼 부실이 다시 늘어나 대규모 공적자금이 또 들어가게 됐다. 작년에 두 차례 진행된 구조조정으로도 부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국민 부담을 키운 것이다.

저축은행들은 2005년부터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호황 속에서 경쟁적으로 부동산 PF대출을 확대했다. 2006년 말 45조 원이었던 대출 잔액이 2008년 6월 말 78조 원을 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라 부실해지면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했으나 경기회복을 기대하며 미루다 기회를 놓친 것이다.

정부는 재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황과 일자리 부족을 우려해 구조조정 시기를 연기했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지방 건설회사의 구조조정에 따른 여론 악화와 지지층 이탈을 걱정하다 재차 기회를 놓쳤다. 이러는 사이에 채권은행들은 19% 이상 고리의 연체이자를 받아먹는 데 맛을 들여 부실채권 규모를 축소하는 모럴해저드에 빠졌고 결국 부실을 메우기 위한 공적자금 투입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이를 방임한 금융당국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구조조정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1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무책임하게 주택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많은 이에게 부담을 준 건설사에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늦은 감이 있다. 당장의 구조조정이 고통스럽다고 이를 회피하고 미뤄서는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작년 구조조정 때처럼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부실 기업의 퇴출을 미루는 금융기관이나 자구노력을 하지 않고 버티는 기업들을 용납해선 안 된다. 금융기관들의 자산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도 구조조정의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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