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희범]11월 한국은 세계인의 사랑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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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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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통가옥은 안방과 사랑방, 그리고 대청마루가 기본이다. 안방이 가족만의 내밀한 공간이라면 사랑방은 바깥으로 열린 공간이다. 길손이 하룻밤 묵을 수 있고 손님을 초대해 접대하는 곳이기도 하다. 언제나 손님 맞을 준비가 돼 있었던 셈이다. 말하자면 사랑방은 손님에 대한 환대(歡待)의 공간이다.

11월 대한민국은 세계의 사랑방이 될 것이다. 여기서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규칙을 만들고 질서를 세우게 된다. 각국 정상은 세계경제의 미래를 고민할 것이다. 여기서 도출된 결과는 향후 세계경제의 전체 구도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은 세계경제의 사랑방이자 손님을 맞는 주인이다. 정부는 지금 G20 국가의 하나로서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사랑방이 있어도 손님을 초대할 처지가 못 되었다. 100년 전에는 우리 집마저 남에게 내줘야 했고 60년 전에는 전쟁으로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됐다. 손님 초대는커녕 먹고사는 일마저도 남의 손에 의지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 구한말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을 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한국인들이 이 세계에서 가장 열등한 민족이 아닌가 의심했다”고 썼다. 가망 없는 민족이자 실패했던 나라가 꼭 100년 전의 우리였다.

우리가 이제는 세계경제 질서의 주도자 중 하나가 되었다. 다른 나라가 만든 규칙을 따라야 했던 국가에서 국제질서를 만드는 규칙제정자(rule setter)로 도약했다. 좌우대립의 지난한 건국과정을 거쳐 성공적 산업화를 이룩했고 정치적 민주화를 일궈냈다. 대한민국은 척박한 황무지에서 피워낸 산업화라는 꽃,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일깨운 민주화라는 성취의 기반 위에 서게 됐다. 우리에겐 하나가 더 필요하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환대’를 일컬어 이방인을 자기 땅에 받아들이는 자의 의무라고 말한다. 칸트에게서 환대는 손님을 맞는 주인의 자세를 넘어 다른 국가와 민족에 대한 긍정과 수용이라는 보편윤리로 확장된다.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대의 윤리다. 환대를 뜻하는 영어 ‘hospitality’는 후하게 대접한다는 뜻과 함께 새로운 제도와 가치를 수용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세계와 통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있어야 글로벌 리더라고 부를 수 있다. G20 시대에 글로벌 윤리와 국가적 품격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김희범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홍보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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