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는 집시법 표류시켜 민생 불안 조장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제10조)을 개정하도록 요구한 헌재 결정을 국회가 이행하지 않아 법질서의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이달 30일로 못 박은 개정 시한을 넘기면 7월 1일부터 해당 규정이 자동 실효돼 야간 옥외집회가 전면 풀리는 결과를 빚게 된다. 2년 전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같은 야간 불법시위가 재발해도 경찰은 단속의 법적 근거를 잃게 되는 것이다. 상습 시위꾼들은 이 조항의 존재에 개의치 않고 야간시위를 벌였지만 그나마 규제 조항이 사라지면 어떤 혼란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작년 9월 집시법 제10조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지난 9개월간 이 문제를 사실상 내팽개쳤다가 막판 시한에 쫓기게 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3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집시법 개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시각차가 워낙 커 상임위원회 의결과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치자면 시한 내에 본회의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 등 쟁점 사안에서 여야가 극한 충돌을 할 경우 집시법 개정은 불투명하다.

행안위에 상정된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의 개정안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로 돼 있는 옥외집회 금지시간을 오후 10시∼오전 6시로 정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금지규정을 아예 삭제하고 주거지역, 학교, 국회의사당 등 일부 지역에서만 밤 12시∼오전 6시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냈다. 경찰은 시한 내에 집시법 개정이 안 될 경우에 대비해 공공질서 유지, 주요도로 소통, 주거 및 주요시설 보호 차원에서 야간 시위를 제한하거나 지역주민들이 시위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임시방편적인 조치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힘들다.

옥외집회 금지시간은 오후 10시경부터 출근시간대를 감안해 다음 날 오전 8시 정도까지로 하는 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금지구역에 대해서는 지역주민의 생활권과 안면(安眠), 군사 외교 행정 시설의 정상적인 업무와 보안유지를 방해하지 않도록 예외적으로만 허용해야 할 것이다. 헌재의 개정시한을 지키지 못해 법률의 공백을 방치하는 것부터 국회로서는 중대한 직무유기다. 시한 내에 집시법을 개정해 무법(無法)으로 인한 사회혼란을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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