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圈단체장, 헌법과 지방자치법부터 공부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9일 03시 00분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가 조만간 4대강의 하나인 금강 살리기 사업의 공사 중단을 정부기관에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자신의 공언대로 4대강 사업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려는 의도다.

금강 수계의 7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4개 지역 단체장 당선자는 금강 사업에 찬성 또는 조건부 찬성 의견을 보이고 있다. 안 당선자가 기초지자체와 주민의 뜻을 거스르고 정부와 계속 충돌하다 보면 정부가 금강 사업을 포기하고 낙동강 영산강 한강에서만 사업을 벌이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그 피해는 충남도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4대강 사업은 중앙정부 차원의 중대한 국책사업이다. 하천법(3조)은 국가에 대해 ‘하천의 효율적인 보전 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계획 수립 및 시책 마련’의 책무를 부여하고, 지자체에 대해서는 ‘국가의 시책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지자체장에게는 중앙정부의 하천 관리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지자체의 역할은 헌법(117조)과 지방자치법(8조)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 헌법은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 처리’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 제정’을 명시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은 ‘지자체는 법령이나 상급 지자체의 조례를 위반해 사무를 처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안 지사가 대형 국책사업에서 타협점 없이 충돌하다 보면 정작 중앙정부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세종시나 다른 지역발전 사업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상당수 다른 야권(野圈)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 당선자들도 중앙정부의 정책에 맞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정부의 방침을 어기고 인천시 독자적으로 남북교류사업에 나서겠다고 했다. 일부 광역 및 기초단체장들은 전임자가 추진해온 정책들을 뒤엎으려고도 한다. 민주당 소속 서울 21개구 구청장 당선자들은 ‘오세훈 시정(市政)’에 대한 견제를 공동 결의했다.

광역단체나 기초단체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을 자임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 ‘단체장의 역할을 행정 90%, 정치 10%’라고 한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 야권 당선자들은 7월 1일 취임 이전에 헌법과 지방자치법부터 먼저 숙지하고 주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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