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원도민 피해 키운 ‘有罪이광재’ 공천-당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2일 03시 00분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죄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당선 취소에 해당하는 형(刑)을 선고받았다. 아직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남아 있어 도지사직은 일단 유지되지만 관련법에 따라 7월 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는 정지된다. 6·2지방선거를 통해 도지사를 뽑아놓고도 강원도 도정(道政)이 선장 없이 표류하게 된 과정을 보면 정치권의 자기책임성 부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항소심 재판부는 “돈을 준 것으로 지목된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이 일관돼 돈을 받지 않았다는 (이 당선자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1심에서도 이와 유사한 취지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으므로 어제 항소심의 선고 결과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당선자가 법적으로는 출마가 가능했다고 해도 실제 출마는 신중했어야 했다. 공천을 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고 정당이라면 장소를 봐가며 발을 뻗어야 한다. 더구나 그는 작년 3월 구속되면서 의원직 사퇴는 물론 정계은퇴까지 선언했던 사람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려면 2,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에서도 당선 취소형이 내려진다면 보궐선거를 통해 새 도지사를 뽑을 때까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7개월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강원도의 행정공백이 극심할 것이고, 그 피해는 강원도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 강원도당이 이 당선자를 옹호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선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태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부가 이 당선자를 지지한 도민의 의사를 무시했다”는 말까지 했다. 지자체장 선거가 정치인이 죄를 짓더라도 면죄부를 주는 절차라도 된다는 말인가. 민주당이 행여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가 항소심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면 법치주의에 대한 무지(無知)의 소치가 아닐 수 없다.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면 국고에서 수십억 원의 비용이 나가야 한다. 재·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귀책사유를 따져 원인 제공자와 소속 정당이 선거비용을 물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 대법원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한다. 강원도의 행정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종 판결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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