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정건전성 강조한 G20, 흥청망청하는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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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일 부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국제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국제통화기금(IMF) 대출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각국은 남유럽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감안해 금리인상 등 본격적 출구전략을 늦추자는 데 암묵적으로 합의했다.

G20은 5일 발표한 코뮈니케에서 “최근 사태는 지속가능한 재정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으며 각국 상황을 고려해 차별화된 방식으로 신뢰성 있고 성장친화적인 재정건전화 조치를 마련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고 강조했다. 이런 인식 위에서 재정적자가 심각한 국가에는 재정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라고 촉구했다. 반면에 재정 사정이 나은 국가에는 거시경제적 안정과 내수 확대를 주문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한 국가로 분류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IMF 기준 국가채무비율은 33.8%였다. 100%를 훌쩍 넘는 일본과 남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0%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천안함 폭침(爆沈)사건 이후 오히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리면서 ‘건전한 재정’을 상향 조정의 한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국제적 기준의 국가채무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넓은 의미의 국가채무’로 볼 수 있는 정부 보증채무를 합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36.6%로 높아진다. 여기에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56.6%로 유럽연합(EU)의 국가채무 권고치 상한(60%)에 육박한다. 저(低)출산 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감퇴와 복지 수요 증가도 재정에 부담을 주는 변수다. 현실을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국가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재정문제에 대해서는 각별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면 무상급식 등 포퓰리즘적 지출 공약이 기승을 부렸고 유권자들에게 상당히 먹혀들었다. 선거 때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정치권이 재원의 한계나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지 않고 흥청망청 나랏돈을 쓰게 될 것이다. 결국 퍼주기 포퓰리즘의 홍수 속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일부 남미(南美) 국가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정치권과 정부, 국민이 재정 악화에 둔감해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 전가되고 성장동력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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