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긴장 리스크’에 대응하며 ‘안보 DNA’로 단합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북한은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 조사결과 발표 이후 우리 정부의 제재조치에 연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대남(對南) 협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에 천안함 후폭풍이 겹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다소 출렁거린다. 궁지에 몰린 북한은 앞으로 여러 형태의 위협과 도발로 한국 사회 내부를 흔들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긴장 리스크’를 견디지 못하고 ‘안보 피로증’에 빠져 북한의 공갈에 무릎을 꿇는다면 저들의 의도가 적중하는 것이 된다. 그래선 안 된다.

북한은 어제 “남한의 대북(對北) 심리전 방송이 재개되면 서해지구 북남 관리구역에서 남측 인원과 차량에 대해 전면 차단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최악의 경우 경제적 손실을 ‘안보 비용’으로 간주하고, 근로자의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하며 개성을 떠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그동안 매년 3000만 달러(약 375억 원)를 벌었던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 데 이어 3800만 달러(약 475억 원)를 챙겼던 개성공단까지 폐쇄하면 그들의 경제 규모와 형편상 아쉬울 게 많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3000억 원 이상의 기업 손실보상금이 소요되겠지만 무원칙한 ‘대북 퍼주기’보다는 훨씬 명분이 있다.

북한은 “확성기가 설치되는 족족 조준 격파사격으로 없애버리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만약 북한이 사격하면 교전수칙에 따라 ‘비례성 원칙’을 적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의 도발에 자위권을 발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급락했던 국내 주가는 어제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환시장의 충격도 일단 진정됐다. 하지만 당분간 돌발변수 때문에 간헐적으로 불안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국민과 기업도 이럴 때일수록 의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남북 분단 이후 65년간 ‘북한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세계가 놀랄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다운 모습을 보일 때다.

1938년 뮌헨 협정은 영국 체임벌린 총리와 프랑스 달라디에 총리가 독일 히틀러 정권의 협박에 주눅이 들어 ‘어설픈 유화정책’으로 대응하다 더 큰 비극을 불러온 대표적 사례로 기록돼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히틀러의 ‘전쟁 불사’ 협박에 놀라 달래기에 급급하다 참혹한 결과를 낳은 것은 시대를 뛰어넘는 교훈이다. ‘천안함의 비극’을 근본적인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로 만들려면 국민이 일시적 긴장과 고통을 감내하며 안보 DNA로 단합해 냉철히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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