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협박에 넘어가면 對北정책 또 실패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북한은 예고한 대로 어제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우리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소유 부동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대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건물 5곳의 출입문 틈과 열쇠구멍에 ‘동결’ 스티커를 붙이고 면회소의 중국인(조선족) 관리인 4명에게 오늘 오전 10시까지 떠나라고 통보했다. 호텔 식당 등 민간기업 소유 건물은 동결하지 않고 현대아산 관리인 2명도 추방하지 않았다.

북의 동결조치는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일련의 시위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금강산 관광지구에는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이후 21개월간 극소수의 관리인원만 상주해 사실상 폐쇄된 상태였다. 이번 조치로 외관상 큰 변화는 없다. 북은 최근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박탈할 것처럼 협박했으나 내심으로는 여전히 조속한 관광 재개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은 올해 1월 14일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실무접촉을 제의한 이래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4월부터 관광 재개’ 요구(2월 8일), ‘재개 늦어지면 특단의 조치’ 협박(3월 4일), ‘남측 부동산 조사’ 통보(3월 18일), ‘부동산 조사 및 동결’ 위협(3월 25∼31일), ‘부동산 동결·사업자 교체’ 통고(4월 8일), 온천장 면회소에 초병 배치(4월 9일)에 이어 이번에는 동결 스티커를 붙였다. 관광사업을 단번에 파기하지 않고 찔끔찔끔 나누어 협박을 가하는 살라미 전술이다. 정부 및 관광공사 소유와 민간기업 소유 부동산에 대해 분리 대처한 것도 간교한 술책이다. 민간기업의 불만을 유도하고 남한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다. 북은 중국에 사업권을 넘길 뜻이 있는 것처럼 양동(陽動)작전도 구사했다.

금강산 관광에 우리가 초조해할 이유는 없다. 목이 마른 쪽은 오히려 북이다. 관광 중단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는 현대아산의 딱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피살사건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은 물러설 수 없는 관광 재개의 원칙이다. 북의 협박에 무릎을 꿇거나 어물쩍 양보하면 대북정책은 또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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