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감 부패, 한국 교육의 비극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 간부 2명에게서 5900만 원을 상납받고, 교사의 부정 승진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2004년 학교운영위원회에 의한 서울시교육감 간접선거에서 ‘자율과 경쟁에 기초한 교육’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의 ‘학력 신장’ 구호는 하향 평준화의 부작용에 공감한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았다. 2008년 서울의 첫 직선 교육감에 출마한 그는 고령에 참신성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식 좌(左)편향 교육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당선됐다.

하지만 그의 재임 기간에 서울시교육청이 비리에 젖어있었던 사실이 최근의 장학사 승진비리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교육 대통령’이라고까지 불리던 공 교육감 자신이 뇌물과 인사비리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는 교육감 직선 과정에서도 불투명한 금전거래 의혹을 남겼다.

공 전 교육감 구속은 교육계 부패와 비리 발본색원의 시작에 불과하다. 다른 지방교육청의 비리에도 칼을 대야 한다. 부패를 조장하는 교육감 직선제도에 대한 근본적 대안도 찾을 필요가 있다. 선거비용이 과도하게 들고, 교육계 줄서기가 만연하는 풍토에서는 누가 교육감이 되더라도 비리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교육감 직선은 교육의 정치화, 이념화도 부추긴다.

공 교육감은 뚜렷한 교육성과도 내지 못했다.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조직은 변화와 개혁을 이뤄낼 수 없음을 보여준다. 2008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서울 중고교생 10%가 기초학력 수준에 미달해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국가청렴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이 2005년 이후 3년 내리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가 강남 지역 교장들을 자주 교체한 사실도 비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챙겨줘야 할 사람이 많았기에 교장 재임기간을 크게 단축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6·2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 교육감도 새로 뽑는다. 교육감으로 어떤 사람을 선출하느냐에 따라 각 지방 교육계가 달라지고 교육의 질(質)이 달라질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교직을 사고파는 부패와 시대착오적인 이념부터 추방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