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중수 차기 한국은행 총재에게 바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됐다. 김 총재 내정자는 최종 임명 절차를 거쳐 다음 달 1일 취임할 예정이다. 김 차기 총재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인물로 정부 경제팀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는 조세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국책연구기관장을 지내 이론과 실무에 밝은 시장주의자다.

김 차기 총재에게 주어진 임무는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지속된 금융완화 정책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 시점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이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출구전략을 예고하고 있으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출구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 경제 사정에 따라 적절한 시기를 골라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한은과 기획재정부가 시장에 상이한 신호를 보내 혼선을 빚는 일이 없도록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이성태 현 총재는 “금융 완화기조는 적당한 때에 줄여가야 한다”며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나 지난주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3개월째 동결했다. 김 차기 총재는 어제 프랑스 파리 OECD대표부에서 기준금리인상과 관련해 “금융통화위원들이 고민해온 만큼 금통위원들과 협의해서 결정하겠다”며 “국격을 올리듯이 한은의 권위를 높이고 지키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물가관리만을 금과옥조로 삼는 과거의 중앙은행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거시경제의 안정이나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김 차기 총재는 한은이 종래의 구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은총재로서 경제정책 전반의 선순환을 염두에 두고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은은 고립된 성에 갇힌 것처럼 독립성만을 주장하는 기관이기주의에 빠져서도 안 된다. 한은 내부에서는 신임 총재가 금통위에 기획재정부 차관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고 금융위원회에서 금융회사 검사권을 찾아오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경제부처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한은의 참모습인 양 여기는 것은 부질없다. 한은은 정치권으로부터는 독립하되 다른 경제부처와 때로는 노(No)라고, 때로는 예스(Yes)라고 말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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