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얼굴 없는 전교조’ 학부모 알권리 침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명단을 사실상 공개하기로 했다. 법제처는 “교원의 노동조합 가입 자료는 기본적 인권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을 한 달 이내에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게 제출할 계획이다. 조 의원은 이 명단을 인터넷을 통해 바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학교를 선택하고 질 높은 교육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 명단 역시 학부모가 가장 알고 싶은 정보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터넷의 ‘학교 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학교 정보가 공개되고 있으나 교사의 전교조 가입 여부는 포함되지 않았다.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가 어떤 교원단체 또는 어떤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는지는 납세자이자 교육수요자의 알권리에 속한다.

전교조는 이번 결정이 전교조 가입교사의 인권을 침해하고 교사들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안겨 전교조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교조가 내세우는 교육이념과 활동이 한점 부끄러움 없이 정당하고 떳떳하다면 소속 교사들이 얼굴을 드러내지 못할 까닭이 없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전교조라는 거대조직 뒤에 숨어 음성적으로 조합 활동을 하는 것은 위선적일 뿐 아니라 학부모의 알권리 침해에 해당한다.

그동안 전교조는 교사명단 공개와 관련해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시국선언 서명교사 명단을 발표하면서도 참여교사의 소속 학교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자세 때문에 같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로부터 “전교조 주장대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교사적인 양심을 갖고 시국선언을 했다면 떳떳하게 학교 이름을 밝히라”는 조롱 섞인 요구를 받았다.

전교조는 조합원 명단 공개에 대해 전교조 탄압이자 교사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반발하지만 그동안 정말 자신들이 학생과 학부모를 생각하는 교육을 했는지 차분하게 성찰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명단을 국회의원에게 제출하기에 앞서 전교조 스스로 명단을 공개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그러고 나서 학교 현장에서 객관적으로 전교조 활동을 평가받는 것이 학부모의 신뢰를 얻는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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