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종시 국민투표, 그 자체가 험난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도 있음을 시사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제 “세종시 문제가 지금처럼 아무런 결론을 못 내리고 계속 지지부진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중대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대결단을 내리게 되면 세종시 발전안(수정안)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절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한번 띄워보는 수준을 넘어섰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고뇌는 이해할 만하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수정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이 벌써 반 년 전이다. 정부가 수정안을 발표한 지도 2개월이 돼간다. 조만간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로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수정안과 원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이 된 듯 여당 안에서부터 합리적인 논의가 실종되고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으로 갈라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정치권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는 답답함과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국론 분열을 더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국민투표를 구상해봤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는 손쉬운 일이 아니다. 헌법은 대통령의 국민투표 회부 대상을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으로 한정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가 국민투표 대상인지에 대해 헌법학계의 견해가 갈린다.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청구가 제기될 수도 있다. 설사 국민투표에 부치더라도 지역과 정당으로 편이 갈려 국론 분열은 더 심해지고 ‘정권 신임’과 연계될 여지마저 배제할 수 없다.

정당정치와 다수결에 기반을 둔 대의민주제는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장치다. 현재로선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할 제도가 없다. 대통령이건, 여당이건, 야당이건 정치적 걸림돌이 있다고 해서 우회로를 찾는다면 대의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세종시 국민투표가 나쁜 선례가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결단하기에 앞서 후폭풍과 역기능까지 숙고해야 한다. 정치권도 국민투표까지 가는 상황이 초래되지 않도록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할 필요가 있다. ‘대화와 타협’은 정치의 시작이요 끝이다. 이 대통령, 그리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정치권 모두 ‘나만 옳다’는 아집을 버려야만 세종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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