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식 이하 판결 뒤의 “사법부 독립” 외마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2일 03시 00분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에 대한 일련의 무죄판결을 지켜본 국민은 혼란스럽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의 국회폭력, 전교조 시국선언, MBC ‘PD수첩’의 광우병 왜곡보도에 대한 무죄 선고는 사법부의 재판이 국민의 건전한 상식과 전혀 별개로 진행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사법의 변고(變故)에 대해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고 선문답(禪問答) 같은 한마디를 던지고는 침묵하고 있다. 다수 국민이 무죄 판결의 배경과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외마디 대응으로 넘어간다면 사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란 말인가. 이는 이 대법원장이 말한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와도 거리가 멀다.

사법권 독립은 법치의 수호자인 법관이 내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법관의 재판은 헌법과 법률, 확립된 판례와 학계의 통설에 따라 사물의 이치와 건전한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해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문제의 법관들은 이와 달리 편향된 의식으로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판결을 했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도 나온다.

이념적으로 편향됐거나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논리를 꿰맞추는 판결, 또는 법률적 소양이 부족한 판결은 공론의 비판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이 대법원장은 법조계의 의견을 모아 법관과 재판의 오류를 시정하고 제도적인 허점을 보완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취할 조치를 서두르는 것이 옳다. 잘못된 재판에 대한 비판이 마치 사법권 독립을 흔드는 것처럼 말할 일은 아니다. 사법의 독립성 못지않게 사법의 책임성도 중요하다.

사법부는 넓은 의미에서 법질서 유지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법원 판결이 국회의원들의 의사당 폭력과 전교조의 정치적 집단행동, 허위왜곡 방송을 조장하게 됐다는 비판에 대해 이 대법원장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사법부 일각에서라도 “판결에 문제가 있으면 상급심에서 바로잡으면 될 일”이라는 안이한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판사 집에 몰려가 시위를 한 것은 잘못이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법관을 위협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과 법치라는 더 큰 가치를 손상시킬 수 있다. 사법부 개혁도 정당이 공격하듯 진행하기보다는 사법부와 법조계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정도(正道)요 순리(順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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