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영근]자동차 美100년 아성이 무너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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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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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2만 개 이상의 다양한 부품으로 구성된 복합시스템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동차산업을 기계공업의 꽃이라고 지칭한 이유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자동차는 더는 사치품이 아닌 인간의 발이 된 지 오래다. 자동차의 발명으로 공간적인 거리는 줄었지만 배기가스에 의한 환경오염은 인류가 당면한 시급한 현안이 됐다. 석유에너지의 고갈에 따라 대체에너지의 상용화도 절실한 시점이다.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은 세계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 문제는 중요한 화두가 됐다. 환경 문제는 지구 온난화와 맞물려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날로 증대시킨다. 현재 운행 중인 자동차의 약 96%는 휘발유나 디젤 연료를 사용한다. 재생에너지로 에탄올이나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도 연구 중이다. 하지만 친환경자동차로서 고려되는 1순위는 단연 전기차이다. 1900년대 초에 일시적으로 전기차가 휘발유차보다 더 많이 거리를 누볐다. 당시 전기차는 너무 느려 ‘말(馬)보다 못한 차’로 비유됐다고 한다.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화재 때 휘발유를 사용하는 소방차의 역할로 전세가 역전됐다. 전기 대신 석유 연료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전기차의 상용화에는 장애물이 많다. 우선 무게가 무겁고 배터리 충전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석유 연료차와 같이 높은 속도를 내기 어렵다. 석유 연료차에 비해 판매가격도 비싸다. 배터리 충전을 위한 충전소 시설도 빈약하다. 휘발유나 디젤차와 같은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런 문제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몇몇 지정된 구역에서 저속 전기차 운행을 허가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국내 자동차 제작업체는 저속 전기차를 생산한다. 하지만 아직도 전기전용 자동차의 대중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동차산업의 기술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다. 10, 20년 전만 해도 자동차산업은 기계기술에 좌우됐다. 최근의 자동차는 전기 전자 통신 컴퓨터가 핵심기술이다. 기화기에 의해 연료를 분사하고 기어나 변속기를 기계식으로 바꾸는 시대는 지났다. 미래 자동차는 프레임만 기계부품이지 사실은 전기전자,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의해 제어되고 통제될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기계공업이 아닌 전기전자, 컴퓨터 기술의 꽃이 된다는 의미다.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산업의 중심지가 디트로이트에서 실리콘밸리로 옮겨질 수도 있다. 어쩌면 자동차의 미래는 기존의 자동차 메이커가 아니라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에 달려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동안 자동차 메이커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는 내연기관의 변화를 원치 않았다. GM과 포드와 같은 전통의 자동차 메이커는 지난 100여 년 동안 변화와 경쟁 없이 돈을 벌었다. 그래서 변화와 혁신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도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뤘다. 지금까지는 저가 경쟁력을 통해 시장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과 브랜드경쟁력의 강화가 절실하다. 미래에는 자동차가 기계제품이 아닌 텔레매틱스, 전기전자시스템, 소프트웨어가 핵심인 전기전자제품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까운 미래 자동차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항공우주기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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