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주식대박 집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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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6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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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은 주식투기로 천당과 지옥을 다 맛보았다. 뉴턴은 네덜란드 튤립 투기 거품, 프랑스 미시시피회사 거품과 함께 초기 자본주의 3대 거품의 하나인 영국 남해(南海)회사 주식투기로 한때 7000파운드를 벌었다. 주가가 더 오르자 너무 빨리 주식을 팔았다는 생각에 다시 사들였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2만 파운드를 잃었다. 그는 오랫동안 남해회사의 ‘남(South)’이란 글자만 봐도 얼굴이 굳어졌다고 전해진다.

▷주식투자에서 대박을 노렸다가 쪽박을 찬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내로라하는 석학들도 별 수 없었다. 1928년 미국 최고의 경제학자로 꼽히던 어빙 피셔는 “주가가 영원히 하락하지 않을 고지(高地)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피셔는 예측대로 행동해 대량의 주식을 사들였으나 대공황이 터지면서 무려 800만∼1000만 달러를 날렸다. 상대성원리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1921년 노벨상 상금 2만8000달러를 주식에 투자했다가 대공황으로 원금을 거의 까먹었다. 세계적 경제학자 중 주식투자로 재미를 본 사람은 데이비드 리카도와 존 메이너드 케인스 정도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활기를 띠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었다. ‘깡통의 추억’은 어느덧 잊은 듯 이번에는 대박을 내겠다고 벼르는 사람도 많다. 전문가들은 주식투자의 적정 기대수익률을 ‘금리+α’나 ‘채권 수익률의 약 2배’로 본다. 현재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4%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연 8∼10%가량이면 무난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배가 부르지 않는 투자자가 많은 게 현실이다.

▷주가의 흐름이 어떻게 급변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투자의 달인(達人)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나는 운이 매우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의 전설적 금융인 J P 모건은 “주가와 관련해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주가가 달라진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우량주 장기투자는 개인재산 증식에도, 전체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대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아 단기간에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집착은 금물이다. 적당한 수익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욕을 부리는 투자 행태는 화(禍)를 부르기 십상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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