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차정섭]아동성폭력 피해, 숨기면 불치병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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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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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연일 시끄럽게 했던 아동성폭력 문제가 잠잠해지는 듯하다. 실제로는 아동 대상 성범죄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아동 대상 성범죄는 2005년 738명에서 2008년 1220명으로 4년 동안 65.3%나 늘었다. 문제는 아동 대상 성범죄 신고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신고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너무 수치스럽고 야단이나 비난받기가 두려워 혼자 끙끙 앓거나, 주로 아는 사람이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례가 많으니 쉬쉬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 아동에게 가해지는 2차적 충격도 무시할 수 없다. 아동성폭력은 어린 피해자에게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남긴다. 부모 역시 피해자다. 아이가 성폭력으로 인해 더러워졌다는 분노의 감정과 부모로서 아이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반인륜적인 아동성폭력 피해는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선다면 최소화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방안은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추후 상담을 통한 재범 방지다. 정부는 이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성매수 유인행위 처벌제도를 도입했다. 또 인터넷 열람제도를 통해 성범죄자의 얼굴사진 등 상세한 신상정보를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10년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할 내용이다.

이런 중에 소위 조두순 사건이 일어나 양형기준 상향, 중형선고 유도 및 가석방 불허, 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DB)화, 전자발찌 착용 기간 확대, 공소시효 연장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됐다. 어쩔 수 없이 당한 성폭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는 즉각적인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도움이 된다. 피해자는 사실을 숨기기보다는 상담을 통해 당당하게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청소년상담원, 전국의 청소년상담지원센터는 1388 청소년전화를 24시간 열어 두고 있다. 1388 청소년전화는 전화상담뿐 아니라 가까운 지역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경찰서나 병원 등 관련 기관까지 원스톱으로 연계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동의 안전과 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는 국가와 가족의 최우선적 책무이기도 하다. 특정 기관이나 개인의 노력으로 완전히 근절되거나 예방할 수 없다. 국민 모두가 함께 내 자식을 키우고 보호하는 심정으로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차정섭 한국청소년상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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