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동원]외국인 노조는 위협 아닌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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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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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노동력 부족의 해결책으로 외국인 인력이 주요 노동공급원 중 하나로 대두됐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100만 명을 넘었고 그중 50만 명이 취업자이다.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인이 유입되는 현상은 한국 경제와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편이기도 하다.

외국인이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유입한 일본 독일 프랑스는 인종갈등과 시위나 폭동 같은 문제에 시달렸다. 외국인 근로자의 문제는 취업이 흔히 불법체류로 이어지는 문제, 준법적 조치가 인도적 해결책과 상충되는 문제가 뒤섞인 복잡한 이슈여서 문제를 잘 해결한 모범국가조차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와 함께 여러 이슈가 발생했다. 얼마 전 남아시아 계통의 외국인에게 한국인이 버스에서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해서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됐다.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학교에서 차별을 받는 현상이 보도되면서 이를 계몽하기 위한 광고가 자주 등장한다.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조합 설립이 주목받았다. 2005년 외국인 근로자 91명이 ‘서울 경기 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가 위원장이 불법체류를 이유로 강제추방 당했고 노조원 다수가 불법 체류자여서 신고가 반려됐다. 2006년 서울의 어느 학원에서도 외국인 강사 38명이 노조를 설립하려다 규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결국 설립하지 못했다.

인천지역 외국인 강사 5명이 지난달 24일 노조설립필증을 받은 일은 합법적인 외국인 노조의 첫 사례로 주목을 받는다. 이들은 연장 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 학원에 이의를 제기한 외국인 강사가 보복성 징계를 받자 신분불안을 느껴 노조를 결성했다. 이들은 합법체류자이며 적법한 노조 규약을 갖추었으므로 설립허가를 받았다. 외국인 근로자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기존 한국인 근로자의 노조에 외국인 근로자가 가입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근로자의 기본권을 등한시하는 행정관서나 사업체의 인식, 사회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조합결성은 더욱 확산되고 외국인 노조가 주축이 된 노사분규 발생도 예상된다.

근로자의 인적 구성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노동 기준과 문화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으로서, 또 주요 20개국(G20) 가입국에 걸맞은 법제도의 정비와 인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그간 차별에 대한 한국의 법제는 주로 남녀간이나 학력 측면에 치중한 측면이 크다. 이제는 인종과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제도를 정치하게 구성하고 외국인 근로자 문제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행정요원을 키울 필요성이 있다. 문화적 대응방안도 중요하다. 정부와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홍보는 부쩍 늘어났다. 외국인 근로자도 같은 근로자이므로 노동기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홍보나 교육은 절대 부족한 형편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구성이 아주 다양하다. 동남아 출신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한 생산직 사원이 있는가 하면, 어학원 강사로 일하는 영어권 출신 근로자가 있고, 금융권이나 외국계 회사의 지사에서 근무하며 고액연봉을 받는 미주나 유럽 출신의 외국인도 있다. 이들은 모두 다른 종류의 편견을 호소하므로 기업과 정부는 다양한 법제도적 문화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의 동료와 자녀도 해외에 나가면 외국인 근로자다.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박애의 정신으로 외국인근로자를 대해야 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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