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식]법관 1년 평가 , 한달 몰아치기 나선 변호사회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전국 변호사의 70%가량이 소속돼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올해 1월 말 법원의 냉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현직 판사들의 장단점을 점수로 매겼다. 이른바 ‘법관평가제’를 처음 시도한 것이었다. 법원에 눈치가 보여 참여율이 낮을까 우려도 됐지만 예상보다 호응이 좋았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설문에 응한 변호사는 전체 회원의 7.7%인 491명. 현직 판사 456명에 대한 평가서는 비공개를 전제로 대법원에 제출됐다.

법관들의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75.4점으로 집계됐다. 법정에서 고압적인 태도로 창피를 주거나 변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판사들은 57점 이하의 점수를 받아 하위 10위권에 꼽혔다. 당시 법원은 “평가서를 곧바로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렇지만 서울변호사회는 “짧은 설문 기간에 비해 높은 참여율과 공정한 평가가 이뤄졌다”며 성공을 자축했다. 올해 초 꾸려진 새 집행부는 1년 내내 법관평가표를 접수하겠다는 의욕까지 보였다.

4∼6월 3개월 동안 137건의 법관평가표가 접수되면서 호응이 이어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7, 8월이 되자 43건으로 참여율이 뚝 떨어졌다. 9월엔 3건, 10월에도 26건에 그쳤다. 10월까지 접수된 누적 평가표는 209건으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접수된 것에 절반도 못 미쳤다. 고민에 빠진 서울변호사회는 결국 지난달 중순 상임이사회에서 ‘참여회원 1000명’을 채우겠다며 특단의 조치를 강구했다. 우선 임원 1인당 30장 이상의 법관평가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또 임원 1인당 30명의 변호사들을 독려해 평가표를 내도록 할당했고 사무실을 방문해 평가표를 직접 수령하기로 했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캠페인도 벌이고 이달 20일 이후에는 전화로 독촉할 계획이다.

집행부의 노력으로 최근 들어 평가표 접수는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말까지 1000명의 목표량을 채워 다음 달 15일까지 대법원에 제출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서울변호사회는 최근 “법관평가 결과 중 상위권 우수 법관을 내년 초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명 한명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판사를 평가하고 이 중 일부를 공개하기로 한 만큼 평가의 공정성은 더욱더 중요해졌다. 지금처럼 시간에 쫓겨 할당제로 평가표를 채워서는 안 하느니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신영철 대법관 재판 개입파문’ 등으로 올해는 어느 때보다 법관의 신뢰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높다. 법관평가 역시 졸속이 아니라, 법원이 승복할 수 있는 절차의 엄격함을 지켜야 한다.

이종식 사회부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