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동 상대 性범죄 발 못 붙이게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정부 여당이 아동 상대 성범죄 종합대책을 어제 발표했다. 형법상 미성년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고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에는 중대한 아동 성범죄의 경우 수사 중이라도 범죄자 얼굴을 공개하고 징역 상한을 30년(가중처벌의 경우 50년)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범죄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을 반영한 조치다.

조두순은 지난해 만취상태에서 8세 여아를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입히고도 징역 12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재판부가 범인이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로 감형한 것이 국민의 공분을 샀다. 미국에서는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 처벌을 받는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의 형량을 감경(減輕)해 주다보면 음주 후의 성폭행 범죄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음주감경 조항을 삭제하고 아동성폭력은 피해자 동의 없이도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바른 방향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론에 따라 법률 개폐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부 비판이 있지만 아동 성범죄의 증가 추세에 비추어 단속과 처벌 강화는 불가피하다. 12세 미만 아동 성폭행 피해자 수는 2005년 738명에서 2008년 1220명으로 늘었다. 범인 검거율이 85%로 낮은 편이 아니지만 조사과정에서 아동의 진술능력이 부족해 범인이 풀려나는 사례가 많다. 미국 통계를 보면 성범죄자는 출소 후 25년 동안 약 40%가 재범을 저지르고 아동 성범죄 재범률은 52%로 더 높다. 선진국에서 아동 성범죄자는 출소 후에도 신상이 공개되고 거주지역을 제한받는다.

미국 아동 성범죄자는 어린이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 소아기호증 환자가 많은 데 비해 우리는 성인을 상대로 성적 욕구를 풀지 못한 사람들이 방어능력이 약한 아동이나 정신 및 지체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성매매예방법이 시행된 이후 아동 성범죄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아동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정신적으로도 큰 상처를 남기며 성장 후까지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만든다는 점에서 ‘영혼의 살인’으로 불린다. 그동안 성범죄자의 연령이 낮다는 이유로 풀려나는 일이 있었지만 이제 중학교 1학년만 돼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성범죄를 저지르면 패가망신한다는 점을 사회 전체에 분명히 인식시켜 나가야 한다. 또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기간을 늘리고 치료와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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